'광해', 천만영화 절묘하게 비튼 '신의 한 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3.17 08: 24

연극 ‘광해’는 이병헌, 류승룡 주연의 동명의 영화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이미 스크린에서 1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런데 연극 ‘광해’를 보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극만의 매력이 다분하기에 이뤄낸 성과다.
무대로 온 ‘광해’는 원작의 재미를 최대화하면서도 원작과의 차별점을 두는데 있어서 마련한 복안이 적절했다. 연극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조선의 임금 광해와 얼굴 모양새가 같은 천민 하선이 임금 대리인이 된 후 점차 백성을 생각하는 진짜 임금이 되고자 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그린다.
큰 얼개는 같지만 세밀한 구성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후반부에 몰아치는 반전이 짜릿하고 절묘하다. 영화 못지않은 웅장미를 갖췄고, 영화보다 사실적인 전개와 결말은 연극 ‘광해’만의 매력이다.

연극은 영화보다 인물간의 내적갈등을 촘촘하게 표현했다. 점점 백성을 생각하는 하선의 내적변화를 세세하게 담았다. 그를 바라보며 군주 광해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리는 허균의 갈등을 지켜보는 맛도 긴장감이 넘친다. 이 과정에서 관객에게 틈을 주지 않는 빠른 전개는 배우들의 표정과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위태로운 조선시대 속 인물들이 쏟아내는 사회정의와 시대정신은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사회정의는 대부분 해학으로 표현된다. 무심코 쏟아내는 명대사는 강력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피식 웃고 넘길 수 없는 날카로운 대사에 흠뻑 빠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연극 특유의 생동감과 현장감 넘치는 볼거리도 잘 살려냈다. 하선이 이끄는 사물놀이패의 놀이판은 신명난다. 연극이지만 뮤지컬적인 요소가 가미된 부분이기도 하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력과 대중적인 인기를 동시에 갖춘 배우 배수빈이 연극 ‘광해’의 중심축인 광해/하선 1인 2역을 연기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연극 ‘광해’는 이미 영화를 본 관객은 연극과 영화를 비교하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영화를 접하지 않은 관객은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배우들의 열연과 제작진이 펼쳐놓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오롯이 느끼면 된다. 공연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다음 달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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