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유재석, 갈등 유발자 설정이 반가운 이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3.17 09: 25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1인자 유재석이 변했다. 배려의 아이콘이었던 그가 어느 순간 잔소리쟁이로 갈등 유발자가 됐다. ‘무한도전’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유재석의 변화된 캐릭터 설정은 지난 16일 방송된 ‘노스트레스’ 특집에서 집중 조명됐다. 정준하는 지난 해부터 동생 유재석의 잔소리가 부담스럽다고 줄곧 말해왔다.
그는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는 과정에서 유재석의 잔소리를 꼽았다. 유재석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가슴이 내려앉고, 옆에 그가 있다고 하면 노홍철에게 용무가 있어도 전화를 끊는다는 다소 과장된 고백을 했다. 여기에 정형돈이 “여자들은 시월드에 시달린다는데 우리는 유월드에 시달린다”고 덧붙이면서 재미를 더했다.

유재석은 ‘무한도전’ 내 콩트인 ‘무한상사’에서 능력은 있지만 직원들을 괴롭히는 잔소리쟁이 유부장을 연기하고 있다. 정준하는 나이가 어린 상사에게 주눅이 들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과장으로 분한다. 정형돈 역시 무능력해서 유부장을 답답하게 하는 인물 정대리를 연기한다.
‘무한상사’ 캐릭터는 ‘무한도전’의 다른 특집에도 이어지고 있다. 멤버들은 유재석이 보내는 격려문자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고 그 중심에는 정준하가 있었다. 정준하는 지난 9일 방송에서도 유재석이 ‘형제들이여’라고 시작하는 격려문자를 보냈다고 투덜거린 바 있다. 유재석은 프로그램이 위기일 때마다 멤버들에게 격려문자를 보내고 있다. 일명 '형제경보'다.
유재석은 어느 프로그램에서나 남다른 책임감으로 재미를 이끄는데 중심에 있다. ‘무한도전’이 지난 7년여간 안방극장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도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멤버들이 어느 하나 소외되지 않고 개성이 묻어나는 캐릭터를 뽐낼 수 있었던 것도 유재석의 배려 진행 덕분이다.
그래서 유재석이 어느 순간 잔소리쟁이로 변모해 멤버들에게 있어서 조금은 불편한 동생 혹은 형으로 표현돼도 시청자들에게는 전혀 불편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안방극장은 오히려 그의 새로운 캐릭터, 다소 착하지 않은 캐릭터가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이는 시청자들이 정준하와 정형돈이 유재석의 잔소리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폭로해도 그들의 진짜 속마음 배려에서 비롯된 잔소리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귀여운 투정으로 재미를 살리려는 동료의 도움 속에 새로운 캐릭터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무한도전’은 7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캐릭터의 변주로 재미를 봤다. 비인기 스포츠에 도전을 하거나, 치열한 심리전과 추격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멤버들이 만든 다양한 캐릭터가 융화를 이뤘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민한 진행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유재석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인자에서 부담스러운 잔소리쟁이로 탈바꿈한 유재석의 흥미로운 캐릭터쇼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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