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드라마에서 인기를 얻는 배우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캐릭터빨’일 것이다. 캐릭터가 워낙 좋기 때문에 그 어떤 배우가 하더라도 주목을 받는다는 다소 폄하하는 평가다.
그런데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은 ‘캐릭터빨’이 아닌 ‘배우빨’을 증명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지질한 마마보이 김철규 역의 최원영이다. 그가 연기하는 김철규는 좋게 말하면 효자, 나쁘게 말하면 엄마 방영자(박원숙 분)의 품을 벗어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는 전형적인 마마보이다.
바람둥이인데가 철도 없으니 악역은 악역이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측은하고, 어딘지 모르게 감싸주고 싶은 정체불명의 악역이다. 이는 김철규를 표현하는 최원영의 내공 덕분이다. 안방극장에서 늘 부드러운 캐릭터만 연기했던 그가 이토록 악역을 잘할 줄 알았을까.

그는 한 대 패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하고 싶은 악역인 철규를 미워할 수 없게 표현하고 있다. 한없이 밉다가도 어느 순간 불쌍해지는 철규라는 인물을 세밀한 연기력으로 이보다 잘할 수 없게 연기하고 있는 것.
최원영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자유자재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오죽하면 시청자들 사이에서 최원영의 물이 오른 지질한 연기가 귀엽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호평은 캐릭터 분석에 철저한 그의 노력 덕분이다.
최원영은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철규라는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어른과 아이의 중간 지점에 있는 철규의 불안한 감정을 눈빛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현재 ‘백년의 유산’은 철규가 영자의 성화에 못이겨 마홍주(심이영 분)와 재혼한 가운데 철규의 전 부인 민채원(유진 분)과 이세윤(이정진 분)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철규가 여전히 채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가운데 얽히고설킨 로맨스가 탄력을 받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철규가 채원과 세윤의 사이를 방해할 것임은 자명하다. 귀엽다가도 미운 철규 역의 최원영의 안방극장을 홀리는 연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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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