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혹은 시즌 중 있을 수 있는 일시적인 부진일까. 아니면 올해도 쉽지 않다는 예고편일까. 한화가 빈타에 허덕이는 타선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명장 김응룡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승부수를 던진 한화는 겨우 내내 강훈련으로 팀을 조련했다. 여기저기서 달라지는 조짐도 보였다.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16일과 17일에 걸쳐 열린 문학 SK전에서 모두 패함에 따라 한화의 시범경기 성적은 1승5패까지 떨어졌다. 최하위다.
물론 시범경기 성적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시범경기 성적이 시즌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용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김응룡 감독도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다”라며 답답한 살짝 속내를 드러냈다. 눈높이가 높은 명장의 시선이 기준점이라는 점은 생각해야겠지만 실제 경기 내용에 긍정적인 요소가 많지 않은 한화다. 특히 타선이 그렇다.

한화는 16일까지 팀 타율이 2할1푼에 그쳤다. 9개 구단 중 최하위다. 투고타저 양상이 일반적인 시범경기임을 감안해도 저조하다. 김태완 정현석이라는 실력 있는 타자들의 복귀 효과도 아직은 미비하다. 김응룡 감독은 17일 문학 SK와의 경기 전 “(훈련 과정에서) 그렇게 많이 쳤는데…”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이 내쉰 한숨의 이유는 SK와의 주말 2연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화는 16일 2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17일에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5안타 밖에 치지 못했고 연속 안타는 8회 뿐이었다. 마운드에서는 바티스타가 호투했지만 5안타로는 이기기가 쉽지 않다. 한화는 결국 SK에 0-2로 졌다.
한 번의 기회를 잘 살리며 2점을 뽑은 SK에 비해 기회에도 약했다. 1회 상대 선발 레이예스의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 2개를 얻었지만 무사 1,2루에서 정현석의 병살타로 오히려 기세를 SK에 뺏겼다. 8회 무사 1,2루에서도 한상훈이 3루수 파울 플라이, 이대수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득점에 실패했다. 마지막 기회였던 9회 1사 1루에서도 득점을 내지 못했다. 1루 주자는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한화에서는 “시범경기 때는 조금 모자란 것이 낫다”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김성한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타격감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한 부진으로 보기에는 타선의 짜임새가 다소 헐겁다는 지적도 마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한화가 큰 물음표와 함께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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