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못 본 캐릭터, 한국영화를 잡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3.17 16: 01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가 한국영화를 잡았다.
'레미제라블' 이후 12주 만에 외화로 예매율 1위에 등극하고, 승승장구하던 한국영화의 1위 행진에 제동을 건 작품은 니콜라스 홀트 주연 할리우드 좀비로맨스물 '웜 바디스'(조나단 레빈 감독)다.
지난 14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날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을 뿐 아니라 16일까지 누적관객수 34만 3798명을 기록하며 흥행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웜 바디스'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 R이 우연히 아름다운 소녀 줄리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좀비물이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하지만(실제로 현재 충무로에서는 좀비 소재 시나리오 몇 편이 돌고 있다), 우리 영화에서는 아직 낯선 존재인 것이 사실이다.
물론 한국에도 좀비물에 대한 팬층이 두텁지만, 이는 대부분 외국영화를 통해서다. 좀비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같은 영화에서부터 좀비물의 고전 '바탈리언' 시리즈, 존 카펜터 감독의 '매드니스' 등의 묵직한 작품들, 다른 한편에는 좀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좀비를 풀어낸 '플래닛 테러', '28일 후', 또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처럼 코믹과 공포를 결합한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있는데 '웜 바디스'는 이 편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도와 도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저예산 연작시리즈 '어느날 갑자기-죽음의 숲', 류훈 오영두 장윤정 감독의 '이웃집 좀비', 김지운 임필성 감독의 '인류멸망보고서' 등의 작품이 있었다. 하지만 편 수가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것이 사실이다.
육체가 없는, 마력으로 되살아난 시체를 말하는 좀비가 아무래도 한국 문화와 정서에 친근하다고는 할 수 없을 뿐더러 안그래도 상업성이 약한 공포물 안에 속하는 장르이기에 만들어지더라도 영화팬들의 호응을 크게 얻지 못했다. 이는 나아가서 한국-외국 영화를 떠나 '좀비물은 한국에서 인기가 없다'란 편견을 심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웜 바디스'는 이런 편견을 뚫고 좀비도 1등을 할 수 있으며, 충분히 재미있고 달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더 나아가 한국 영화계에도 새로운 자극을 주는 사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고전 '로미오와 쥴리엣'을 좀비 캐릭터와 결합시킨 이 독특한 이야기가 한국 관객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이는 중요한 건 좀비 그 자체가 아니라 캐릭터라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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