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은 '영혼의 배터리' 벤자민 주키치(LG 투수)와 심광호 코치(경찰청)가 오랜만에 만났다. 2011년부터 2년간 LG에서 환상의 호흡을 이뤘던 이들은 16일 경찰청과 LG 2군의 연습경기가 열린 구리 구장에서 재회했다.
주키치와 심 코치의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LG는 2010년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 캠프에서 다음 시즌에 대비한 외국인 선수 선정 작업에 임했고 당시 주키치는 영입 후보 중 한 명으로 입단 테스트에 받았다.
사실 주키치의 첫 번째 평가는 좋지 않았다고 한다. 크로스 스탠스의 특이한 투구폼과 함께 까다로운 각도에서 릴리스 포인트가 형성됐지만 제구력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해 한국 무대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불펜 포수가 아닌 심 코치가 주키치의 공을 받게 됐고 그 때부터 주키치는 정교한 제구력을 뽐내며 안정감을 찾았다. 당시 심 코치는 "이상하게 내가 홈플레이트 앞에 앉으니 들락날락했던 주키치의 제구력이 잡혔었다. 직접 공을 받아보니 컷패스트볼의 위력은 물론 체인지업도 상당한 수준이라 성공 가능성이 높아보였다"고 했었다.
주키치는 선발 등판할때마다 심 코치와 완벽한 배터리 호흡을 이루며 2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았다. 주키치는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설때마다 "심광호의 도움이 컸다"고 공을 돌렸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심 코치는 올해부터 지도자로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이날 LG 선발 투수로 내정된 주키치는 구리구장에서 도착하자마자 심 코치를 찾았다. 그는 심 코치의 무릎 상태를 물어본 뒤 "그만 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느 팀에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코치가 됐다니 정말 축하한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에 심 코치는 주키치의 아들 라일리의 안부를 물어보며 화답했다. 그리고 심 코치는 자신의 현역 은퇴에 대해 누구보다 아쉬워 했던 주키치에게 "그동안 너와 즐겁게 야구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서로 어려울때 만나 둘 다 잘 됐으니 정말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잘 통했던 것 같다". 심 코치는 주키치와의 추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2년간 호흡을 맞췄던 전담 포수가 떠났지만 주키치의 활약은 변함없을 것"이라는 게 심 코치의 말이다. 그는 "주키치의 옛동료로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나 때문에 잘했고 내가 없다고 안된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러기 위해 포수를 한 건 아니다. 누가 안방에 앉든 잘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주고 받자고 약속한 뒤 소속 구단의 덕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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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호 코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