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클래스는 불변(不變)이었다. 2년에 가까운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복귀전을 소화하며 4년 만의 월드챔피언 자리를 탈환한 김연아(23)는 자신이 왜 '피겨여왕'이라 불리는지 당당히 증명해냈다. 쇼트프로그램 69.97점, 프리스케이팅 148.34점을 더해 총점 218.31점, 종전 아사다 마오(205.45점)의 기록을 뛰어넘는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이자 역대 두 번째 최고점으로 차지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었다.
여왕의 복귀전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무대였다. '뱀파이어의 키스'와 '레 미제라블'로 세계를 압도한 김연아를, 갈라쇼 직전인 18일(이하 한국시간) 만났다. 오랜만에 돌아온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소감과 롱에지 판정에 대한 이야기, 곧 다가올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강심장' 김연아, 실전에서 흔들림 없는 이유?
"저도 상황에 따라 중요한 대회는 긴장 많이 해요. 올림픽 시즌에는 그랑프리 대회 하나를 완전히 망친 적도 있는걸요."
'강심장' 김연아도 긴장을 하기는 한다. 스스로를 강심장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연아는 손을 내저었다. 자기도 상황에 따라, 중요한 대회에서는 긴장을 많이 한단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둔 2009-2010시즌, 그랑프리 시리즈에 나섰던 때의 기억을 떠올린 김연아는 "대회 직전에 아프고 점프도 잘 안되고, 그 상태로 경기를 나가니까 불안한거에요. 나 자신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걸 아니까"라며 자기도 긴장할 때 긴장하는 사람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그 '멘탈'의 대단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연습 때 아무리 완벽한 연기를 펼치던 선수라도 실전에서는 실수하기가 십상이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같은 큰 대회에서는 더더욱. 그 멘탈의 대단함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김연아는 그 이유를 '연습'에서 찾았다. 수많은 대회를 거쳐오며 김연아가 느낀 것은, 연습한만큼 실전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는 올곧은 진리였다. "저만 잘한 것도 아니고, 실수가 있었다고는 해도 다른 선수들도 연습한만큼 또 준비한만큼 잘했을 거에요"라고 설명한 김연아의 말에서 그가 이 자리까지 서는 기틀을 닦은 연습과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 지금의 김연아를 만든 '노력', 그리고 타고난 '능력'
피겨여왕, 피겨의 전설같은 감성적 수식어는 물론 올림픽챔피언, 월드챔피언과 같은 타이틀까지.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일일이 거론하기 입이 아플 정도다. 피겨 변방인 한국에서 세계의 정상에 우뚝 선 선수인만큼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김연아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김연아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노력'이라 답했다. "저는 물론이고, 제 주변의 모든 분들이 기울인 노력이죠. 그런 노력이 있기 때문에 다른데 신경쓰지 않고 훈련에만 열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타고난 것 반, 노력 반이죠. 저보다 더 노력하는 선수도 많잖아요. 또 아무리 타고난 선수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 재능을 알 수 없는 것이고... 그런 걸 생각해서 굳이 따지자면, 반반인 것 같아요."
하지만 불필요한 겸손함으로 자신이 가진 재능과 능력을 낮추지는 않았다. 타고난 능력과 노력 모두 지금의 자신을 만든 반반의 요소라는 것. 그 말대로다. 타고난 능력을 꾸준한 노력으로 갈고 닦았기에 김연아의 '완전함'이 빛을 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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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캐나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