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런던 인터뷰 ③] "올림픽, 똑같이 준비하면 되겠죠?"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3.03.18 06: 44

여왕의 클래스는 불변(不變)이었다. 2년에 가까운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깨끗하게 복귀전을 소화하며 4년 만의 월드챔피언 자리를 탈환한 김연아(23)는 자신이 왜 '피겨여왕'이라 불리는지 당당히 증명해냈다. 쇼트프로그램 69.97점, 프리스케이팅 148.34점을 더해 총점 218.31점, 종전 아사다 마오(205.45점)의 기록을 뛰어넘는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이자 역대 두 번째 최고점으로 차지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었다.
여왕의 복귀전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무대였다. '뱀파이어의 키스'와 '레 미제라블'로 세계를 압도한 김연아를, 갈라쇼 직전인 18일(이하 한국시간) 만났다. 오랜만에 돌아온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소감과 롱에지 판정에 대한 이야기, 곧 다가올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두 번째 올림픽, 후배들 위한 또 한 번의 도전

"저도 딱 한 번 겪어봤는데, 우리나라 피겨 선수들한테는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이 되니까요. 어린 선수들은 잘하든 못하든, 큰 대회를 경험했다는 것 자체가 도움이 돼죠. 또 개인적으로도 좋은 추억이구요."
김연아의 인생에서도 올림픽은 단 한 번뿐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피겨인생에 있어 가장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있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감격적인 금메달의 영광은 뒤로 하더라도, 김연아는 어린 후배들도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올림픽이라는 전세계적인 이벤트의 현장에 자신이 있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는 법이다. 그 흔치 않은 기회를 후배들에게 직접 선물하고 싶었던 김연아의 바람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이루어졌다.
3장의 티켓 중 한 장은 사실상 김연아의 자리로 예약되어 있다. 그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 김연아 본인은 담담했다. "올림픽뿐만 아니라 많은 대회가 있잖아요. 크고 작은 건 있지만 모두 똑같이 '대회'니까요. 똑같이 준비하면 되겠죠?."
▲ 새 프로그램은 아직 '미정', 빨리 한국가고 싶어요!
김연아의 다음 시즌 새 프로그램은 당연하게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까지와 같이 안무가 데이빗 윌슨과 함께 정하게 되겠지만, 부담이 막심하다.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로 극찬을 들었던 2008-2009시즌 겪었던 부담과 같은 종류다.
"이번 프로그램, 특히 '레 미제라블' 같은 경우 저도 너무 좋아하고 다들 너무 좋아해주셔서 오히려 걱정이에요.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 싶어서 말이죠. 당장 다음 시즌이 올림픽을 앞둔 중요한 시즌인데 이것보다 더 인상에 남을 프로그램이 과연 있을까 싶죠."
당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가득찬 윌슨조차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의 뒤를 이을 후속 프로그램을 두고 골머리를 앓았을 정도다. 이번 시즌 '레 미제라블'이 거둔 성공을 생각하면 김연아의 걱정도 기우는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급한 것은 휴식이다. 김연아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빨리 한국에 가고 싶어요, 집에 가고 싶은데"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대회를 앞두고 긴장하느라 마음 편하게 보내지 못했으니 비록 짧은 시간이라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자체가 좋다는 것이다. 올 시즌 9~10월부터 시작될 그랑프리 시리즈에 맞춰 새 프로그램을 몸에 익혀야하는 김연아로서는, 대회 직후의 꿀맛같은 휴식을 잠시라도 즐겨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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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캐나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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