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수 5명?’ SK 이색 시프트의 실체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18 10: 29

하나의 가정을 해보자. 동점으로 맞선 9회말 수비에서 1사 만루에 몰렸다면 어떤 수비 시스템을 써야 할까. 여러 방법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SK의 전략이 가장 파격적인 것 같다.
상황에 맞게 수비수들의 위치와 전략을 조정하는 이른바 ‘수비 시프트’는 보편화되어 있다. 투수의 상황, 주자의 상황, 그리고 상대 타자들의 성향과 통계적인 타구 분석을 통해 수비 위치와 전략은 시시각각 바뀐다. 이런 수비 시프트는 체계적으로 발전하며 타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런데 이만수(55) SK 감독은 한술 더 떠 한 가지 이색적인 그림까지 내놨다. 동점, 그리고 9회 1사 만루라는 전제 조건에서 성립하는 ‘내야 5인’ 시프트다.
동점 상황에서 9회 1사 만루라면 1점으로 경기가 끝날 수 있다. 외야 뜬공도 위험하다. 수비로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투수가 두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거나 병살타로 처리하는 것이다. 삼진이나 병살이 여의치 않다면 내야 땅볼을 유도해 홈에서 승부하거나 내야 플라이를 기대하는 방법 밖에 없다. 어쨌든 투수 다음으로 내야수들이 중요한 몫을 지닌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SK는 작년부터 내야에 5명을 배치하는 시프트를 틈틈이 연습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식 밖의 그림이다. 대략적인 개요는 이렇다. 중견수 김강민이 2루 베이스 바로 뒤에 선다. 유격수와 2루수는 원래 수비 위치보다 조금씩 좌우로 벌려 1·2간과 3·유간의 공간을 조금씩 메운다. 대신 외야는 2명밖에 남지 않는다. 어차피 외야로 공이 뜨면 실점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공이 내야를 벗어나지 않게끔 승부를 거는 것이다.
내야 5인 시프트의 이론은 국내에도 도입은 됐다. 이런 전술이 있다는 것 자체 또한 많은 지도자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9개 구단 중 SK처럼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해 미리 많은 연습을 해둔 팀은 없다. 이 감독은 “내가 무슨 머리가 있다고 그런 전술을 만들어냈겠는가”라고 웃은 뒤 “메이저리그에서 코치 생활을 하던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1번 사용한 적이 있다. 다른 팀도 사용하는 것을 봤다”라며 어느 정도 검증을 거친 전술임을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선수는 단연 2루 베이스 뒤에서 수비를 하는 김강민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다른 내야수들의 공을 받아 병살 플레이를 완성시켜야 한다. 투수 뒤로 빠지는 일반적인 중전안타를 걷어내는 것도 김강민의 몫이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김강민이 곧잘 한다”고 칭찬하면서 “이런 상황이 오면 올해는 이 시프트를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물론 SK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그런 위기 상황 자체가 없어 이 시프트가 실전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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