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영화가 없는거야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03.18 08: 11

[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이렇게 달달한 좀비 봤어?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캐릭터는 없는거야?' 좀비로맨스물 '웜바디스'(Warm Bodies, 조나단 레빈 감독)는 어떻게 국내 관객들을 사로잡았을까?
'레미제라블' 이후 12주 만에 외화로 예매율 1위에 등극하고, 승승장구하던 한국영화의 1위 행진에 '급 브레이크'를 건 작품은 영국 출신 할리우드 신예 니콜라스 홀트 주연 할리우드 좀비로맨스물 '웜 바디스'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웜 바디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총 42만 3336명을 동원해 주말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14일 개봉 이래 누적관객은 50만 3764명이다.

이 영화는 그간 초강세였던 한국영화들을 가볍게 누르고 개봉 이래 꾸준히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좀비물의 국내 박스오피스 1위 성적은 '이변'이라 할 만큼 전에 보지 못한 진풍경이라 놀라움을 안긴다.
좀비물이지만 15세 관람가인 '웜 바디스'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 R이 우연히 아름다운 소녀 줄리(테레사 팔머)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좀비물도 하부 장르의 결합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는데, 이 영화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 같은 코믹과 공포, 여기에 로맨스를 결합한 재기발랄한 스타일이다.
좀비물이 세계적인 트렌드이고, 실제로 현재 충무로에서는 좀비 소재 시나리오 몇 편이 돌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영화계에서는 아직 낯선 장르와 소재인 것이 사실이다. 그간 한국영화 좀비물의 사례('어느날 갑자기-죽음의 숲', '이웃집 좀비', '인류멸망보고서' 등)를 봤을 때, 이 장르에 대한 팬층이 있어도 이것이 실제 극장 수요로 이어지는 지는 불확실했다. 한 마디로 우리영화계에서 좀비물은 척박한 장르다.
하지만 '웜 바디스'의 성공은 편견의 불필요성과 소재의 한계없음, 그리고 캐릭터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든 외국영화든 좀비물은 한국에서 안 된다'는 시각을 거두게 했으며,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쥴리엣'과 육체가 없는, 마력으로 되살아난 시체와의 기발한 조합으로 전에 보지 못한 신선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간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던 장르와 캐릭터라 새로움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실제로 '웜 바디스'의 감상편 중에는 '내가 알던 좀비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한 영화'라는 종류의 반응이 많다. 
전세계 10~20대를 설레게 한 '트와일라잇' 같은 판타지로맨스는 한국에서는 만들어질 수가 없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늑대소년'이 등장해 성공을 거둔 것처럼, 우리 영화계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 볼 만 하다. 왜 스크린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안방에서도 뱀파이어를 비튼 '안녕 프란체스카' 같은 작품이 성공을 거둔 적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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