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주말드라마 '무자식 상팔자'(연출 정을영 극본 김수현)가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바람잘 날 없는 자녀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을 극 중 부모들 중 누군가가 한탄하며 뱉어냈을 법한 '무자식 상팔자'는 그럼에도 '다(多)자식이 상팔자'라는 역설적인 결론을 맺었다. 모두가 짝을 찾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으며 부모들이 그러했듯 평범하고 아름다운 삶을 일구게 된 것.
3대를 아우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만큼 이번 드라마에는 많은 배우들이 등장했다. 완벽한 대본으로 유명한 작가 김수현이지만, 까다로운 그의 대사들을 꼭 맞는 연기로 소화해 내는 배우들이 없었다면 그 명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무자식 상팔자'에서는 기존 김수현표 드라마에 얼굴을 비치며 페르소나로 활동했던 배우들과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까지 모두 김수현 작가 특유의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들을 맛깔나게 소화하며 완벽한 호흡으로 뛰어난 앙상블을 이뤄냈다.


◆ 김수현의 페르소나들, 제 역할 톡톡히 해냈다!
유난히 김수현 표 드라마에서 빛이 나는 배우들이 있다. 이들은 입체적이고 개성있는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김수현 작가와의 멋진 호흡을 보여준다. 배우 이순재, 유동근, 김해숙, 송승환, 임예진, 윤다훈, 견미리, 정준, 김민경 등이 그 예다. 한 번 이상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그의 독특한 캐릭터들과 대사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소화할 줄 아는 베테랑 배우들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해숙은 고두심의 뒤를 이어 김수현 표 어머니 역을 가장 잘 완성하는 배우다. 기대와는 다른 길을 가는 딸 때문에 실망하고 상처받으면서도 그의 선택을 지지해주기로 하는 어머니, 바람잘 날 없는 자녀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늘 같은 자리에서 가족들을 품으며 집안의 중심이 돼 이끌어가는 그의 모습은 역시나 큰 존재감이 있었다. 사실 김수현 작가와 함께 했던 전작들 '부모님 전상서'(2004), '인생은 아름다워'(2010), '천일의 약속'(2011) 등에서도 그는 집안의 중심이 돼 이끌어가는 어머니 역을 맡았었다. 비슷한 듯 다른 '무자식 상팔자' 속 어머니 이지애를 폭발적이고 섬세한 감정연기로 완성한 김해숙은 역시 믿고 볼만한 배우였다.
꼬장꼬장한 할아버지 역할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순재와 속사포같은 대사들을 가장 맛있게 말하는 송승환, 윤다훈, 구두쇠에 이성적이고 무뚝뚝한 둘째 며느리 지유정 역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임예진, 임예진과는 반대로 애교많고 붙임성 좋은 막내 며느리 역을 맡아 윤다훈과 함께 닭살 돋는 찰떡궁합을 멋지게 보여준 견미리까지 김수현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제 역할의 200%를 해냈고 시청자들에게는 낯익은 듯 새로운 이들의 호연이 드라마를 보는 가장 큰 재미였다.

◆ 신인부터 중견까지 발견과 재발견의 즐거움
'무자식 상팔자'에는 신인부터 중견까지 재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들이 가득했다. 김수현의 드라마에 처음 출연하는 엄지원, 하석진, 오윤아, 이도영, 손나은 등의 뉴페이스나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과는 조금 다른 역을 맡아 새로움을 줬던 유동근, 임예진, 견미리 등의 활약은 눈여겨 볼 만 했다.
유동근은 극 중 부드럽고 정직한 성격의 큰아들 안희재 역을 맡았다.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인 만큼 이번 드라마에서 집안의 화해자(?)로 늘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활약하는 색다른 모습은 웃음을 준 것과 동시에 새로운 아버지 상을 제시했다. 부모들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딸과 아내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도 둘 사이를 오가며 화해를 시키기 위해 안절부절하는 아빠 유동근의 모습은 갈등의 상황도 갈등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따뜻한 힘이 있었다. 유동근의 믿음직하고 남자다운 아버지 역할이나 눈빛을 번뜩이며 카리스마있는 역할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에게 이번 안희재 역할은 유동근의 재발견이라 부를만한 일이었다.
엄지원의 활약 역시 돋보였다. 그는 김수현의 드라마에 처음 출연하는 것이면서도 늘 출연해왔던 배우들처럼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했다. 지적이고 차분한 판사 안소영 역할을 엄지원이 아닌 다른 배우가 맡은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 딸 유진을 향한 애절한 모성애와 엄마 이지애(김해숙 분)와의 눈물나는 감정싸움은 이 시대 미혼모들의 아픔까지 감싸안았다는 호평을 들었다.
신세대 커플의 사랑법의 한 종류를 보여준 하석진과 오윤아의 활약 역시 돋보였다. 오윤아는 김수현표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는 현대적이고 똑똑한 삼십대 여성을 제대로 표현했으며 하석진은 그 못지 않은 '까도남' 연기로 톡톡 튀는 매력을 발휘했다. 또한 만년 신인배우였던 이도영은 따뜻한 막내 안준기 역으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손나은은 걸그룹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처음 열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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