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WBC 3연패를 좌절시킨 것은 푸에르토리코 '특급 포수' 야디어 몰리나(31·세인트루이스)였다.
일본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이나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벌어진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푸에르토리코와 준결승전에서 1-3으로 완패했다. 지난 2006·2009년 1~2회 WBC 우승국으로 대회 3연패를 노린 일본은 그러나 푸에르토리코의 벽에 가로막히며 꿈이 좌절됐다.
일본을 침몰시킨 주인공은 푸에르토리코가 자랑하는 특급 포수 몰리나였다. 4번타자 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몰리나는 공격에서 삼진 1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수비에서 최고의 능력을 선보이며 경기를 지배하다시피했다. 안정된 투수리드, 철벽 같은 블로킹, 흠잡을 데 없는 미트질, 정확한 판단력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일본을 무너뜨렸다.

이날 푸에르토리코 선발은 지난해 한국 SK에서 뛴 마리오 산티아고. 마리오가 원바운드 공을 던져도 몰리나는 완벽한 블로킹으로 폭투를 허락하지 않았다. 강한 어깨를 앞세운 총알 같은 송구로 발 빠른 일본 주자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했다. 마리오는 4⅓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깜짝 호투 펼쳤다.
워낙 안정적인 포구로 무장한 몰리나는 투수 리드에서도 일본 타자들을 압도했다. 바깥쪽 위주로 리드하며 일본 타자들의 방망이를 잠재웠다. 특히 같은 공을 3번 연속 요구하고, 볼카운트 스리볼에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만큼 일반적인 투수론에서 벗어나는 리드로 일본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이날 일본 타선은 6안타 1득점으로 침묵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8회말 수비에서 나왔다. 일본은 우치카와 세이치의 우전 적시타로 첫 득점을 올리며 1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1루 주자 우치카와가 아베 신노스케 타석에서 갑작스럽게 2루로 향했고, 2루 주자 이바타 가즈히로는 3루로 가지 않았다. 사인 미스가 났고, 그 순간 몰리나가 재빨리 포수 마스크를 벗고 공을 쥔 채로 마운드를 가로질러 2루까지 향했다. 직접 우치카와를 침착하게 태그 아웃시킨 뒤 윙크를 짓는 여유까지 엿보였다.
이날 경기 내내 몰리나는 실수한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선수단 전체를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경기를 중계한 박찬호 해설위원도 몰리나에 대해 "훌륭한 포수다. 볼 배합과 투수리드를 잘했고, 수비에서 블로킹도 좋았다. 중요할 때 공이 하나만 빠져도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데 잘 막아냈다"며 "실수한 선수를 다독여주는 베테랑의 모습도 아주 인상 깊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타 하나 없었지만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게 포수라는 것을 온몸으로 입증했다.
지난 2000년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한 몰리나는 2004년 빅리그에 데뷔, 지난해까지 9시즌 통산 1082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 1022안타 77홈런 466타점을 기록 중이다. 통산 도루 저지율이 4할5푼이며 2008년부터 5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차지할 만큼 최고의 수비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6년·2011년 세인트루이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포수로 이제는 푸에르토리코의 사상 첫 WBC 우승에 도전한다.
waw@osen.co.kr
MLB 사무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