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3연패 좌절’ 일본, 화력쇼에 자만했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3.18 13: 44

예선을 거치며 다소 살아나는 듯 했던 타격이 결국 중요한 순간 악몽처럼 되살아났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연패를 노리던 일본이 대회 시작 전부터 우려를 모았던 방망이의 침묵으로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일본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푸에르토리코와의 제3회 WBC 4강전에서 상대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고 고전한 끝에 1-3으로 졌다. 1·2회 대회 우승국인 일본은 이로써 당초 목표였던 WBC 3연패에 실패했다.
결국 방망이가 문제였다. 일본은 이날 6안타 1득점에 머물렀다. 특히 7회까지는 심각했다. 단 3안타에 그치며 끌려갔다. 1회 1점을 내준 이후 비교적 잘 버티던 일본 마운드는 타선의 지원을 기다리다 지쳐 제풀에 넘어졌다. 7회 노미가 리오스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한 것도 점수를 내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강한 결과였다. 단판 승부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 분위기는 7회 푸에르토리코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일본 타선은 대회 전부터 우려를 모았다. 일본 무대 최고의 타자들로 구성했지만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았다. 시즌 시작을 앞두고 으레 있는 컨디션 저하라고 보기에는 너무 심각한 수준이었다. 일본 언론도 연일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 야마모토 고지 감독은 “출루한 뒤 도루와 번트 등으로 점수를 짜내는 야구를 펼치겠다”라고 전략을 세울 정도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일본은 예선을 거치며 타선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1라운드까지만 해도 신통치 않았던 방망이가 2라운드에서 활활 타올랐다. 특히 네덜란드와의 2경기에서 도합 26점을 뽑아내며 신바람을 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타격감은 준결승에서 독이 됐다. 선수들의 스윙은 전반적으로 컸다. 맞지 않다보니 조급함도 커졌다. 출루와 진루의 세밀함을 중요시하는 일본의 전략은 선수들의 몸에서 구현되지 못했다.
일본의 최대 장점이라고 뽑히는 세밀함과 기본기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1점을 추격한 8회 1사 1,2루에서 나온 우치카와의 어처구니없는 주루사가 대표적이다. 이 주루사가 없었다면 일본은 8회 추가득점을 노려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9회 역전극도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번의 주루사는 득점 실패는 물론 추격의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사실상 경기는 거기서 끝이었다.
1·2회 당시 이치로 스즈키(뉴욕 양키스)처럼 팀 타선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지난 대회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활약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고루 나왔다. 하지만 이번 4강전에는 그런 영웅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베 신노스키(요미우리)가 주장의 중책을 맡아 팀을 이끌었지만 4강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메이저리그 소속 선수들의 공백이 결정적인 순간 드러난 셈이다. 반대로 푸에르토리코는 리오스와 몰리나 등 스타 선수들이 결정적인 순간 빛났다. 힘 차이가 난 요인 중 하나였다. 3연패에 실패한 일본도 우리 못지않은 과제와 함께 귀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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