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보금자리 대전구장이 새롭게 단장됐다. 대전구장은 지난 겨울 2차 리모델링을 통해 확 달라졌다. 지난해 1차 리모델링 때는 관중석 위주로 바뀌었다면 이번 2차 리모델링의 핵심은 그라운드다. 펜스를 뒤로 밀어 외야가 확장됐고, 천연 잔디를 깔아 종전과는 전혀 다른 속성의 구장으로 변모했다. 더 이상 과거의 대전구장이 아니다.
가장 큰 핵심은 역시 펜스가 뒤로 밀어진 것이다. 기존에는 좌우 97m, 중앙 114m로 9개 구단 1군 구장 중 가장 작은 규모에 속했으나 리모델링 후 좌우 100m, 중앙 122m로 확장돼 국내 최대의 규모 잠실구장 다음 가는 구장이 됐다. 펜스 높이도 기존 2.8m에서 좌우 3.2m 중앙 4.5m로 확장, 대전구장의 특징인 중앙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자주 보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한화는 대전구장에서 홈런 35개를 쳤는데 그 중 가장 짧은 중앙 담장으로 넘어간건 6개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김태균-김태완-최진행 등 한화가 자랑하는 거포들을 하나같이 "경기장 크기와 홈런은 큰 관계없다. 어차피 넘어갈 타구는 어디든 넘어간다"고 입을 모은다. 홈런에 있어 절대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오히려 펜스 확장은 타격보다 수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외야가 확실히 넓어졌기 때문에 커버해야 할 범위도 커졌다. 중견수 중책을 맡고 있는 정현석은 "달라진 구장에서 연습해 보니 확실히 넓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비 범위를 더 넓게 가져가야겠다"고 말했다. 정현석 뿐만 아니라 나머지 외야수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한다.
단순히 범위만 넓어진 게 아니다. 펜스 모양도 특이해졌다. 기존의 대전구장 뿐만 아니라 국내 야구장의 펜스는 부채꼴로 통일된 형태였다. 하지만 이번 대전구장은 중앙 펜스 부근만 따로 움푹 들어가있다. 메이저리그처럼 특색 있는 구장이 됐지만 외야수들이 적응하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전망. 타구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펜스 플레이도 세심하게 가져가야 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천연잔디. 대전구장은 그동안 인조잔디 구장이었다. 인조잔디 구장에서는 무릎-허리 등 피로도가 쌓일 뿐만 아니라 부상 위험도도 높다. 수비에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천연잔디는 인조잔디에 비해 그라운드가 푹신하기 때문에 타구 속도도 느리다. 그러나 바운드가 일정하지 않고, 의외의 곳으로 공이 튈수 있기 때문에 순간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잔디를 바꿨을 초기에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다. 잔디가 완전 뿌리내리기 전이나 흙 상태가 고르지 못해 땅이 딱딱할 경우 불규칙 바운드가 급증할 수 있다. 지난해 사직구장-광주구장이 이 같은 변수에 시달렸다. 한화의 한 내야수도 "그라운드 상태가 걱정이다. 땅이 자리 잡을 때까지 선수들이 더욱 집중해서 플레이해야 한다"고 걱정을 나타내고 있다.
새롭게 단장된 대전구장은 19일 두산과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첫 선 보인다. 24일 롯데전까지 6경기 연속 치러지는 만큼 땅 상태가 얼마나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시즌 초 한화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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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