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일 뿐이지만 한화의 타격은 분명 기대이하다. 팀 타율 2할2리와 경기당 평균 2득점은 9개팀 중 최하위 기록이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역시 테이블세터. 김태균·김태완·최진행의 클린업 트리오는 이미 3년 이상 주전으로 검증된 선수들이기에 시범경기 성적에 관계없이 페이스를 올리는 중이다. 다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테이블세터가 시범경기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걸린다. 1번 오선진과 함께 보조를 맞출 2번 타자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유격수 이대수(32)의 존재를 주목해 볼만하다. 이대수는 지난 17일 문학 SK전 시범경기에서 1번타자로 선발출전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이대수는 컨디션 조절차 교체출장하고 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오선진을 대신해 전격 1번으로 기용돼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분투했다.

이대수의 1번타자 기용은 한화의 고민이 어떠한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대수는 주로 6번 이하 하위타선에 기용됐다. 유격수라는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을 맡고 있고, 중심타선을 피해서 오는 찬스를 놓치지 않는 해결사 기질도 있었다. 그런 이대수가 상위 타선에 배치된 것은 분명 고육책이다.
하지만 마땅한 2번 타자감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대수를 전진 배치한다면 의외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대수는 2011년 팀 내 최고 타율(0.301)을 기록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받았고, 지난해에도 2할7푼9리의 타율로 김태균(0.363) 다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한화에서 가장 꾸준하고 매서운 타격을 자랑했다.
몸 상태와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그는 "올해 캠프는 데뷔 초였던 SK 시절 이상으로 힘들었다. 프로 입단 후 가장 강도 높은 훈련이었을 것"이라며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라 훈련에 더욱 집중해야 했다. (하)주석이처럼 어린 선수들을 따라가는 게 많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더 도움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김응룡 감독이 부임 후 하주석에게 남다른 시선을 보내며 2루수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 이대수였지만 지금 당장 팀 내에서 그만한 선수가 없다. 김응룡 감독도 내심 테이블세터 후보로 그를 점 찍고 테스트에 들어갔다. 이대수는 "타격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캠프에서 좋았던 감을 시즌에 맞춰 찾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올 시즌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이대수 개인에게도 여러 모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즌이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전반적인 타격 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한화에서 '검증된 타자' 이대수가 어떤 식으로 기용될지 주목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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