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국보센터'.
지난 1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전을 앞두고 서장훈(39, KT)는 경기장 스크린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했던 영상과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SK 구단이 만든 영상 속에서 젊은 자신을 바라봤다.
경기를 마친 뒤에도 레전드는 표정에 변함이 없었다. 휘문고 시절부터 각광을 받으며 연세대 시절에는 실업팀 형님들을 넘어섰다. 연세대 1학년이던 1994년에는 대학생 최초로 농구대잔치 MVP를 수상했다. 그 후 1998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전쟁터 같은 골밑에서 국내선수를 넘어 KBL서 독보적인 선수였다.

신생팀 SK에 입단한 1999-2000시즌 생애 첫 프로 우승을 경험했고 2005-2006시즌에는 삼성에도 2번째 우승 반지를 손에 걸었다.
서장훈은 프로 통산 15시즌 동안 687경기에서 2만 2802분7초를 뛰었다. 철저한 자기 관리 속에 꾸준히 코트를 누빈 결과 통산 1만 3198점, 52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사실상 KBL에서는 깨지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또 그는 상대의 집중견제로 인해 자유투로만 2216점을 기록했다.
2위인 김주성과는 차이가 너무 크다. 8076점과 336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는 김주성도 남은 선수생활이 많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서장훈의 기록을 넘기는 쉽지 않다다.
독보적인 서장훈의 능력 때문에 워낙 안티팬들이 많았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간섭을 하면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말 그대로 그의 능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일부러 그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마지막 6라운드서 원정 경기마다 상대 팬들에게 인사했다. 국내 프로무대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지만 은퇴를 선언한 서장훈에게 전달하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부상으로 인해 모든 팀들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경기장에서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그를 향해 팬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는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1969년 미국프로농구(NBA)에 데뷔해 1989년을 끝으로 은퇴한 전설적인 센터 카림 압둘자바가 '은퇴 투어(retirement tour)'를 한 경우가 있었다. 개인통산 3만 8387점으로 역대 최다득점 1위이자 전설적인 센터인 압둘자바를 위해 마련한 행사. 우리도 구단과 팬이 함께 전설에 대한 예우를 하면서 마지막 길에 큰 박수를 보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19일 부산 KT전에서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깔끔한 서장훈의 성격상 은퇴식이라는 말도 꺼내기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선수로서 마지막을 맞는 서장훈도 남다른 기분일 수밖에 없다. 위험을 무릎쓰고 농구공을 잡았던 서장훈은 분명 한국 농구에 잊혀지지 않을 선수임에 틀림없다.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