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진의 '우회상장'과 양승은의 자리이동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3.19 08: 06

[유진모의 테마토크] 오상진 아나운서가 MBC를 사직한지 한달만에 SBS 여행 다큐 버라이어티 '땡큐'에 출연하며 프리랜서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가 '땡큐'에 출연하는 이유는 그동안의 복잡했던 심경을 정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통해 동행한 인생 선배들로부터 좋은 조언을 듣고자 한다는 것.
그는 지난 2006년 24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MBC의 간판 아나운서로서 교양과 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노조의 장기 파업에 참가한 이후 방송에 복귀하지 못했고 이에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해 지난달 22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퇴사 직후 류승룡 류현경 김무열 등이 소속된 프레인 TPC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MBC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해온 양승은 아나운서가 지난 17일 방송을 끝으로 하차하고 18일부터 아침방송 '생방송 오늘 아침'을 진행한다.
양 아나운서는 지난해 6월 MBC 노동조합 총파업 당시 노조를 탈퇴했고 그 직후 주말 '뉴스 데스크' 앵커로 발탁됐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각이 불편했는지 지난 런던 올림픽 기간 중 다양한 모자를 착용한 그녀는 칭찬을 받기 보다는 논란을 빚었다.
노동조합의 목적은 노동자가 일하는 만큼 정당한 보수를 받고, 부당한 노동행위에서 보호받고, 타당한 정년을 보장받기 위함에 있다.
 노조의 성향을 놓고 좌파니 뭐니 하는 논란이 있곤 한데 노조의 이데올로기에는 정치적 색깔에 앞서 생존이 존재한다. 그들이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가는 정당의 노선이나 대통령의 성향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누가 어떻게 보존해주느냐에 그 기준이 있다.
 노동자가 꼭 노조에 가입할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동료 노동자들의 정당한 생존권 보존을 위해 전체 노동자들이 한 목소리를 낼 때 자신만 경영진에게 잘 보이겠다고 단체행동에서 벗어나는 모습은 결코 정당해보이지는 않는다.
 어차피 개인주의가 팽배한 냉정한 경쟁의 사회에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게 자신의 인생의 노선과는 동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이에 근거해 행동하는 것도 자신의 인생의 몫이겠지만 그게 반드시 자신의 입신영달을 보장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아나운서는 기자같은 회사원의 신분도, 인기와 지명도로 먹고 사는 연예인의 기능도 함께 보유한 조금은 특수한 샐러리맨이다. 그들이 아무리 유명하고 인기가 높고 실력이 월등할지라도 회사에 밉보여 프로그램을 못 맏는다거나 더 나아가 해직당한다면 그들이 가진 이름값은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한 가지 기사회생의 길은 있다. 연예인의 기능을 발휘해 프리랜서로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길이다. 단, 이는 치열한 적자생존의 정글 속에서 진정한 실력과 대중의 지지가 있어야 안정과 성공이 보장된다.
 오상진이 적극적으로 파업에 동참한 이유는 노조가 파업의 기치로 내건 공정언론의 사수에 있다. 물론 그도 사람이기에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안 뒀을  리 없을 것이다. 만약 회사에 밉보일 경우 그가 생존할 수 있는 벼랑끝의 묘수는 있어야 했다.
 불행일지 불행 중 다행일지는 몰라도 오상진은 그가 우려하던 나쁜 경우가 됐고 수순대로 그는 생존을 위해 '절반의 연예인'으로서의 고행길을 택했다.
 반면에 양승은은 '노동자' 대신 '아나운서'로서의 길을 택했다. 그녀에게는 공정언론을 사수하겠다는 소명의식도 명분도 없었다. 그녀는 노조의 파업의 대의명분보다는 아나운서로서의 성공이 중요했고 코앞의 생존이 절박했을 것이다.
 오상진이 옳았는지, 양승은이 현명했는지는 당장은 방송활동이 증명해줄 것이고 멀게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다.
 양승은은 노조탈퇴의 답례인지, 방송인력 부족의 현실적 대처인지 탈퇴 직후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 기용이라는 파격적인 인사의 혜택을 입었고 이번의 개편으로 비록 '뉴스데스크'에서는 하차하지만 중요한 아침 프로를 이어받았다.
 오상진은 방송사의 제 식구에 대한 배려라는 어드밴티지 없이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방송인 오상진'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퇴사 직후 비록 일회성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캐스팅됐다.
 그가 연예 기획사에 둥지를 튼 이유는 간단하다. 향후 예능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자신의 웅지를 펼치기 위해서는 닥치는대로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의지다. 퇴사한 아나운서를 기용하지 않는다는 방송사의 '내부적 규칙'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직원 신분일 때도 기용하지 않던 오상진을 퇴사한 마당에 불러줄 리 없는 MBC가 아닌 타방송사 SBS를 통해 그가 '우회상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의 '땡큐' 출연은 오상진이라는 독자적 상품의 론칭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과연 그가 어떤 고정 프로그램으로 김성주나 전현무를 따를지 아니면 치기 어린 젊은 방송인의 '운동'으로 끝날지 그는 굉장히 중요한 리트머스다.
 특별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주말 '뉴스 데스크' 앵커 자리를 꿰찼던 양승은도 이제 예능의 성격을 가미한 '생방송 오늘 아침'에서 아나운서가 아닌, 방송인 혹은 진행자로서의 새로운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는 그저 그런 아나운서로서 회사의 선처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다가 나이 먹은 뒤 시청자의 뇌리에서 잊혀지는 회사원으로 그칠 것이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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