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박훈정 감독)는 '한국판 무간도'로 시작해 한국 느와르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 됐다. 박훈정 감독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시선들을 거두고 충무로의 스토리텔러이자 연출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신세계'는 개봉 26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달 21일 개봉해 4일만에 100만, 10일만에 200만, 17일만에 300만 고지를 넘더니 26일 만인 지난 18일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흥행 롱런의 결과로 18일까지 누적관객수는 400만 1694명이다.
영화는 국내 최대조직 '골드문'에 잠입한 경찰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 의리의 이야기를 다뤘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불린 '한국판 무간도'란 말은 개봉할 때까지도 이어졌다. '신세계'는 '무간도'와 얼마나 차별점을 지니냐가 큰 관건인 듯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연 '신세계'는 '무간도'와의 비교보다는 최민식, 이정재, 황정민 등 충무로 대표 남자배우들의 열연과 '언더커버'라는 어찌보면 닳고 닳은 소재를 한국식으로 촘촘하게 풀어낸 이야기로 큰 호응을 샀다. 홍콩 느와르 영화에서처럼 과도한 우정에 대한 묘사는 없고, 갱스터 무비의 한 특징인 체제와 권력에 대한 은유 역시 한국정서에 맞게 담아냈다.

박훈정 감독은 '신세계'와 '무간도'의 비교에 대해 OSEN과의 인터뷰에서 "부담은 아니고, 사실 100% 그 얘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실제로 참고한 것은 아닌데 개인적으로 '무간도'를 굉장히 좋아한다. '무간도' 얘기를 숨기거나 피하거나 할 마음은 없다. 내가 그 영화를 좋아하니까"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언더커버 얘기를하면서 '무간도' 얘기는 못 피해갈 것 같다. 사실 언더커버 영화는 홍콩에서나 다른 나라에서나 굉장히 많다. 하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무간도'가 최고의 언더커버 영화였으니 필연적으로 이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무간도'가 홍콩느와르의 새로운 부활을 알렸듯이 '신세계'는 한국 느와르 영화의 상업적, 질적 성과를 모두 세우고 있다. 현재, 느와르 장르로서 새로운 흥행 기록을 쓸 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대부분인 느와르물은 한국에서는 상업성이 없다고 판단되던 장르였다. 그 만큼 지난 해 신드롬을 일으킨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의 흥행(472만여 명)이 주목받았다. '신세계'는 이 척박하다고 할 수 있는 한국 느와르 장르에 다시한 번 기름을 부은 역할을 하게 됐다. 가장 큰 흥행 요인으로는 역시 '캐스팅'이 꼽힌다.
박 감독은 "'신세계'는 짱짱한 배우들을 데리고 찍었는데 흥행이 안 되면 어쩌나 싶었다. 느와르 장르가 원래 한국에서 잘 안되는데, 이 배우들에 이 스태프들이면 느와르 장르로는 최고의 카드를 쓴 거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둬야 하는데 못 거두면 어쩌나 해서 스트레스가 많았다"라고 심적 부담감을 털어놓은 바 있다.
'신세계'는 이렇듯 유사 영화의 편견,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제약, 느와르 장르의 한계라는 리스크를 비웃으면서 2013년 초 한국영화 강세에 힘을 실은 작품이 됐다. 올해 개봉작으로는 세 번째로 400만 돌파의 영예를 안았으며 주연 배우 황정민은 '댄싱퀸'(405만 7546명)을 넘는 자신의 최고흥행작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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