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는 사자 형상의 엠블럼과 특유의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는 3008도 마찬가지로, SUV의 차체와 둥근 외관이 한데 어울려 곰 같은 귀여움을 자아낸다. 왠지 뒤뚱거리며 다가올 것만 같은 ‘3008’을 OSEN에서 만나봤다.
‘3008’의 첫 인상은 둔해 보이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졌다. 자동차에 ‘안전’은 최우선시 되는 요소인데, ‘3008’은 강인함을 넘어서 안정감까지 풍겼다. 이는 타 제조사들의 SUV보다 전고가 낮아 얻은 효과다.
차량의 얼굴과도 같은 전면부와 라디에터그릴은 상반된 매력을 뿜는다. 동글동글한 보닛과 캐릭터 라인은 커다란 차체에 아기자기한 느낌을 부여하는 반면 격자무늬의 라디에이터그릴은 마치 성벽과도 같은 단단함을 느끼게 한다. 바로 위에 위치한 앰블럼과 조화를 이뤄 전체적으로 중세 영주의 깃발과 성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둥글게 마무리된 직사각형의 라디에이터그릴은 차량을 거대하게 보이게도 하지만 측면에서 보면 차체의 프론트를 짧아 보이게도 만든다.
‘3008’은 전면이 화려한 편은 아니지만 헤드라이트를 볼륨감 있게 표현하고, 안개등 주변의 베젤을 본체와 다른 재료를 사용해 강인한 인상을 부여했다. 덕분에 매끄러움을 깨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정리가 덜 된 것 같아 아쉬웠다.

무난한 측면에 비해 리어는 삼각형으로 마무리된 테일라이트와 범퍼에 추가된 여러 요소들이 통일감을 해쳐 안타깝다.
차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가면 전면 유리의 탁 트인 시야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전면 유리와 함께 프랑스서는 시엘 루프(Ciel Roof, 하늘 지붕)로 불리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푸조가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다. 특히 최근 출시된 3008에서는 기존의 1.4평방미터에서 1.70평방미터로 넓어져 열리지 않아도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다.

이와 함께 운전대 바로 앞 대시보드에 투명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깔끔하면서도 속도 등의 운전자에게 주행 시 필요한 정보만 표시해 편의성도 높였다. 센터페시아의 간결한 버튼과 구성도 이에 한 몫 한다. 다만 접이식 디스플레이의 내비게이션이 운전자가 손쉽게 조작하기에는 애매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 반드시 출발 전에 조작해야 한다.
시승코스는 퇴근 시간과 차량이 드문 새벽에 서울 주요 시내와 강변북로를 타고 양화대교서 천호대교를 왕복해 달려봤다.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은 첫 느낌은 크기에 걸맞게 ‘묵직하다’였다. 하지만 이와 함께 알게 모를 안정감도 동시에 느껴졌다. 순간 반응 속도보다는 천천히 움직이는 차체가 운전자로 하여금 안전운전을 하도록 만들었다.

‘3008’은 급가속에 대한 반응은 더뎠지만 천천히 속도를 올리면, 한 번 받은 탄력을 놓치지 않았다. 차량이 드문 새벽의 강변북로를 달리면서 원하는 대로 차선을 변경하고 다른 차량들을 추월했다.
제동력과 코너링도 밀리거나 튀지 않고 안정적이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SUV 차량이지만 많이 깎고, 다듬었어도 SUV 특유의 '터프함'이 타사 동급 모델들에는 남아있는 반면, '3008'에서 거칠다는 느낌을 받긴 힘들다.
푸조와 시트로엥 브랜드의 2000cc 미만에만 적용되는 MCP 미션 엔진으로, 연비가 최우선 사항이 아닌 한 주행감각을 중요시 하는 운전자 중에는 푸조 브랜드를 꺼리는 이도 많다. 하지만 이번 2.0 리터 '3008 알뤼르'는 특유의 덜컹거림 없이 경제적인 측면부터 주행까지 편안함을 선사하니 '패밀리카'로는 손색이 없는 듯 보인다.
fj@osen.co.kr
푸조 제공.


'3008'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네비게이션.

뚫려있나 착각할 정도로 깊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수납공간.

'3008' 트렁크.

'3008' 센터페시아.

'3008' 편의성 높인 센터페시아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