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이색 전략이 예상보다 빨리 모습을 드러냈다. 끝내기 상황에서 외야수 하나를 내야로 옮기는 이른바 ‘내야 5인 시프트’였다. 그러나 이 전술을 제대로 실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SK는 1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서 타격전 끝에 9회 3점을 내주고 8-9로 역전패했다. 8회 3점을 뽑으며 8-6으로 역전했지만 9회 대타 박병호에게 동점 투런을 허용했고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이성열에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3연승을 눈앞에 뒀던 SK는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시범경기 4승4패를 기록했다.
결과보다 더 관심을 모았던 것은 SK가 9회 선보인 수비 시프트였다. 이 감독은 16일 문학 한화전을 앞두고 “9회말 수비에서 동점이라는 전제, 그리고 1사 만루라는 전제 하에서 중견수를 2루 베이스 뒤에 위치시켜 내야를 5인 체제로 가동하겠다”라는 전략을 드러냈다. 이 경우 내야 땅볼에 좀 더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차피 외야로 공이 뜨면 끝내기 실점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모험을 거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보기 힘든 상황이 일찍 찾아왔다. 8-6으로 앞서던 SK는 9회 무사 1루에서 대타 박병호에게 동점 2점 홈런을 맞았다. 이후 서건창의 볼넷과 도루, 신현철의 희생번트로 1사 3루가 됐고 바뀐 투수 최영필이 송지만에 볼넷을 주며 1사 1,3루가 됐다. 그러자 SK는 유한준에게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그리고 캠프 동안 연습한 내야 5인 시프트를 꺼내들었다. 프로야구에서 오래간만에 등장하는 전술이었다.
중견수 김강민이 2루 베이스 뒤에 위치하고 외야수들은 전진수비를 했다. 유격수 김성현과 2루수 박승욱은 정상수비보다 3루와 1루 베이스쪽으로 좀 더 붙은 형태였다. 그러나 SK로서는 안타깝게도 이 수비 시스템이 가동되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 땅볼을 유도해야 한다는 압박감 탓인지 베테랑 투수 최영필이 이성열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기 때문이다.
경기 후 이만수 감독은 “캠프 때 연습했던 전략의 결과를 보지 못해 아쉽다”고 입맛을 다셨다. 이런 상황이 시범경기에서 자주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전략을 수정하고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아쉬움을 토로한 이 감독은 “전유수가 중간에서 잘 던졌고 선수들의 작전수행능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4번 최정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고 긍정적인 대목을 짚은 뒤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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