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아직 출발하기 전이지만 예감이 좋다. 엔진 예열이 우렁차고 또 경쾌하다. SK의 새 외국인 투수들인 조조 레이예스(29)와 크리스 세든(30)이 시범경기에서 호투하며 올 시즌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SK 관계자들은 요즘 외국인 이야기만 나오면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가 고무적이기 때문이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시범경기 성적도 좋다. 레이예스는 두 차례 등판해 1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이 0이다. 세든 역시 16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무난한 한국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이만수 SK 감독은 “두 선수가 올 시즌 마운드의 키다”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다.
물론 시범경기 성적이라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용과 구위를 뜯어보면 긍정적인 요소가 훨씬 많다. 우선 구위가 수준급이었다. 레이예스는 아직 몸이 덜 풀리는 시기임에도 140㎞ 후반대 직구를 펑펑 꽂아 넣고 있다. 17일 한화전에서는 최고 149㎞, 평균 146㎞의 직구를 던졌다. 왼손 투수임을 고려하면 위력적인 구속이다.

여기에 다양한 변화구도 합격점을 받았다. 레이예스는 17일 투심패스트볼·컷패스트볼·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등 여러 구종을 던졌다. 투심(평균 145㎞)과 커터(144㎞)는 직구 구속과 큰 차이 없이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살짝 변했고 슬라이더(135㎞)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80%에 달했다. 간간히 섞어 던진 커브도 최저 123㎞에서 최고 132㎞까지 구속을 조절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몫을 했다.
세든의 투구도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4㎞로 레이예스에 비하면 다소 떨어졌지만 193㎝의 신장에서 나오는 타점이 워낙 좋았다는 평가다. 몸쪽 승부도 잘했다. 특히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드는 직구의 위력이 상당했다. 한화 타자들이 움찔하며 손을 대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우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잘 떨어졌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69%에 달했는데 상당수가 헛스윙이었다.
이닝소화능력도 고무적이다. 레이예스는 12일 KIA전에서 5회까지 75개의 공을 던졌다. 17일 한화전에서는 7이닝 동안 73개로 경제적인 투구를 했다. 타자들의 감이 좋지 않은 시기라는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70개 이후에도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눈여겨 볼 만하다. 세든도 16일 한화전에서 5회까지 74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최소 5이닝, 많으면 7이닝 이상도 소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한국무대 적응도 빠른 편이다. 두 선수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제구에 다소간 문제를 드러냈다. 한국의 스트라이크존이 생소한 탓이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는 한결 나은 모습이었다.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에서 겪는 공통적인 어려움 중 하나인 마운드 적응도 순조롭다. 두 선수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일부러 땅 사정이 좋지 않은 불펜에서 땀을 흘렸다. 상대적으로 무른 한국 마운드에 조금이라도 일찍 적응하기 위해서였다.
두 외국인의 올 시즌 활약은 팀 성적과 직결될 공산이 매우 높다. 만약 두 선수가 나란히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낸다면 SK의 올 시즌 전망은 밝아진다. SK는 지난해 외국인 선수 세 명(마리오, 로페즈, 부시)이 13승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두 선수가 합작할 그 이상의 승수는 고스란히 팀 순위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두 선수가 SK의 ‘V4’를 향한 황금열쇠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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