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2인자라는 수식어도 무색해졌다.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이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실망스러운 결과에 일각에서는 체질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19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3으로 졌다. 1차전에서 역전패를 당한 후유증이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경기였다. 세트 초·중반까지는 비교적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후반에 무너지는 고질병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반전의 계기도 마련하지 못하며 시종 일관 끌려 다녔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블로킹보다 2단 연결에 중점을 두겠다”라고 했다. 올 시즌 들어 현격하게 낮아진 블로킹에 기대하기보다는 착실한 연결로 가스파리니와 문성민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하 감독의 이런 전략은 경기에서 구현되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 서브 리시브와 2단 연결은 흔들렸고 중앙 싸움에서도 대한항공에 밀렸다. 1차전 당시 6-12로 뒤졌던 블로킹은 2차전에서도 4-8로 열세를 드러냈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은 3년 연속 3위에 머물렀다. 문성민 이선규 권영민 윤봉우 최태웅 등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인 화려한 선수구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한 때 “삼성화재의 유일한 적수는 우리”라고 소리쳤으나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쉽지 않아졌다. 적장이었던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대행은 경기 후 “현대캐피탈의 강점이었던 중앙 공격수들의 발이 느려진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이다.
때문에 이제는 근본적인 리빌딩에 착수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화려한 공격에 비해 약점이 도드라졌던 수비와 기본기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종화 감독은 부임 이래 리시브 등 기본기 보완에 역점을 뒀으나 정작 코트에서는 아주 큰 효과를 드러내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이 올 시즌도 무너진 가장 큰 이유다.
한편으로는 최태웅 권영민 이선규 윤봉우 등 주축 선수들이 죄다 30대에 접어들었다는 것도 리빌딩의 당위성을 역설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도 선수들의 노쇠화를 인정하면서 “개인적인 생각이라 조심스럽지만 이제는 리빌딩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현대캐피탈이 시즌 중 단장을 교체한 것도 체질개선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이 절대적이다. 꽤 시끄러운 여름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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