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배우 황정민이 자신의 영화 인생에서 늦바람을 피고 있다. 희한하게 나이를 먹을수록 흥행력을 높여가는 중이다. 보통 20, 30대에 최고점을 찍고 40대들어 힘이 빠지게 시작하는 연예계 스타 배우들의 일반적인 성공 그래프를 완전히 무시했다. 대한민국 최고 연기파란 타이틀에 충무로 흥행보증수표를 덧붙인 황정민, 그의 역주행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그의 최신작 '신세계'(박훈정 감독)는 개봉 5주차 초입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롱런중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1일까지 '신세계'의 누적 관객수는 404만 191명로 박스오피스 3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450만은 거뜬하고 500만도 노려볼만하다.
현재 황정민의 개인 최다관객 기록은 지난해 흥행작 '댄싱퀸'으로 406만명을 동원했다. '신세계'의 요즘 평일 하루 관객수는 4만여명. 따라서 20일에 기록 경신이 확실하다. 다작을 하면서도 매 작품 관객과 호평을 받았던 그이지만 '너는 내운명'(270만명, 2005년) 이전까지 대박 흥행과는 별다른 인연을 맺지 못했다.

시골 노총각의 순애보를 그린 '너는 내운명'의 성공으로 드디어 늦깎이 흥행배우 황정민은 톱스타들 대열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다. 상복도 함께 터졌고 '스태프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얹었을 뿐'이라는 영화 시상식 최고의 수상 소감으로 꼽히는 멘트를 날린 것도 이 무렵이다.
그리고 또 5년이다. 영화사에 남을 수작들에 다수 출연했지만 영화계 표현으로 '터진' 영화를 찾기 어려웠다. '부당거래'(273만명, 2010년) 등으로 잽과 스트레이트를 계속 날린 뒤 2012년 '댄싱퀸'으로 확실한 피니시 블로우를 날리기 전까지는.
흥행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댄싱퀸' 400만 돌파 때 활짝 웃음을 터뜨렸던 황정민이 지금 '신세계'로 연속 홈런를 친 뒤에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는 사석에서 "영화에 투자하고 제작하느라 애쓴 분들을 생각하면 배우가 출연 작품의 흥행 성적에 무심할 수는 없다"는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바쁜 촬영 일정 속에서도 영화 홍보를 위해 수 십차례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무대 인사, TV 예능 프로 출연들을 앞장서 뛰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 배급사인 뉴 측은 이날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신세계'(박훈정 감독)의 주연배우 황정민이 500만 기념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알렸다. 영화 종영시까지 '신세계'를 가장 많이 본 관객에게 극 중 정청(황정민)이 자성(이정재)에게 선물한 커플 시계를 증정하기로 한 것. 영화를 본 사람은 안다.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새겨진 짝퉁 금장 롤렉스를. 바로 그 시계란다.
배급사 측에 따르면 이 시계는 '신세계' 제작팀이 손수 제작한 것으로 극 중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고 또 시계의 의미에 대한 네티즌의 갑론을박이 온라인 카페 등에서 펼쳐지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황정민이 40대 중반 나이에 연기와 흥행, 양 쪽에서 정상을 향해 계속 달리게 된 배경은 실력과 열정에서 찾을수 있겠다. 월드스타로 도약한 이병헌의 성공 사례가 보여주듯, 배우는 결국 연기로 모든 걸 말한다. 연기가 안되는 스타는 제 아무리 천하 최고의 꽃미남 용모를 갖췄데도 화무십일홍일 뿐. 이에 비해 연극 무대에서부터 탄탄하게 기초를 갖춘 황정민은 뒤늦게 뛰어든 스크린에서 매 작품 업그레이드된 연기력으로 관객을 놀래키는 중이다.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그 뿐'이라며 자기 만족에 빠져 사는 일부 스타 배우들과 달리 자신의 출연작에 애정을 갖고 홍보에 앞장서는 열정이 바로 그의 두 번째 덕목이다. 황정민이라고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들을 수용하고 예능 프로까지 나가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게 좋을 이유는 없다. 그에게는 촬영 이외의 이런 과정들이 설사 하고 싶지 않더라도 꼭 해야될 일로 분류되는 게 분명하다.
이런 두 가지 덕목에 힘입어 황정민은 40대 중반 나이에 전성기 초입을 맞이하는 기쁨을 맛보고 있다. 범죄 누아르 '신세계'에서 조직의 2인자 정청 역으로 '역시 황정민' 극찬을 듣고 있는 그가 우리를 보고 외친다. '어이 브라더, 형만 믿으면 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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