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 홍성흔, "난 진지했는데 동료들이 웃더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3.20 16: 22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흙을 먹어본 건 처음이다". 
두산 주장 홍성흔(36)이 4년 만에 1루수 미트를 끼고 공식 경기에 나섰다. 홍성흔은 2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프로야구' 한화와 시범경기에 3번타자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롯데 시절이었던 지난 2009년 6월28일 대전 한화전 이후 4년만의 1루수 선발 출전이었다. 
홍성흔의 1루수 겸업은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 캠프 때부터 김진욱 감독이 가능성을 점검했다. 1루-3루 포지션에 쓸만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홍성흔이 지명타자 뿐만 아니라 1루수로도 나서야 했다. 홍성흔은 지난 4일 자체 청백전에서 1루수로 나와 실전 테스트도 거쳤다. 

김진욱 감독은 "1루에 홍성흔, 3루에 김동주는 시즌 때도 가능하다. 홍성흔과 김동주가 함께 라인업에 들어가면 공격적으로 플러스가 된다"며 "경기 초반에 공격적으로 강하게 간 뒤 후반에 수비로 지키는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주-홍성흔 두 베테랑 중심타자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가 1루수 홍성흔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홍성흔의 1루 수비력에 대해 "포수와 1루수는 핸들링`자체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포구는 괜찮더라. 송구하는 것이나 움직임을 볼 때 크게 나쁘지 않다"며 "아주 좋은 수비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로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첫 공식 실전경기에서 홍성흔은 비교적 안정된 수비력을 선보였다. 특히, 4회말 한화 정현석의 날카로운 라이너 타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조금은 어설픈 다이빙으로 글러브에 맞고 캐치 하지는 못했지만 내야안타로 막았다. 투수 앞 땅볼 때에는 투수 김선우와 처음에는 호흡 안맞는 모습이었지만 콜플레이도 점점 맞춰나갔다. 4회까지 실책없이 6차례 송구를 받아 아웃으로 연결시켰다. 
경기 후 홍성흔은 김선우와 베이스커버 플레이에 대해 "투수가 잡을 공이었고, 선우에 잡으라는 콜플레이를 한 것이다. 타자 주자가 1루까지 오는데 여유가 있었고, 정확하게 플레이하기 위해서였다. 커버가 조금 늦었지만 문제될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1루수 초보로서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이어 다이빙캐치 상황에 대해 홍성흔은 "수비를 자주 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막는다는 기분으로 다이빙했다. 공은 못 잡았지만 동료들이 많이 웃어서 벤치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나는 진지했는데 동료들은 웃더라.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흙은 먹어본 건 처음"이라며 넉살을 떨었다. 자칫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1루 수비였지만 홍성흔은 기본과 여유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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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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