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없다, 투수가…".
한화 김응룡(72) 감독의 고뇌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은 투수진이다. 경기 전에도 김 감독의 시선은 불펜피칭장을 비쳐주는 카메라를 향해 있다. 그러나 카메라를 볼 때마다 김 감독의 표정은 영 마뜩찮다. "투수가 없다"는 게 김 감독의 넋두리였다.
김응룡 감독 체제에서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한화는 시범경기에서 최근 4연패 포함 1승6패1무로 9개팀 중 최하위 자리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수주 가릴 것 없이 모든 부문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김태완·최진행·정현석·오선진 등 주축 타자들이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고, 김태균이 라인업에 가세하면 공격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상쇄가 가능하다.

문제는 결국 투수진이다. 한화는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이 5.78로 최하위다. 한화를 제외한 나머지 8개팀들의 평균자책점이 3.21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 큰 차이가 느껴진다. 이닝당 출루허용률(1.70) 피안타율(0.291) 사사구(46개) 폭투(7개) 모두 가장 많다. 류현진·박찬호·양훈·송신영 등 주축 투수들이 빠져나간 공백이 드러나고 있다.
선발진은 외국인 듀오 데니 바티스타와 대나 이브랜드가 그런대로 던지고 있지만, 김혁민-유창식-윤근영 등 토종 투수들은 아직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김응룡 감독은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대신할 만한 투수가 누가 있는가. 계속 써봐야 한다. 투수가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 팀 전력의 70%를 차지하는 투수력이기에 김 감독의 고심은 더 크다.
그나마 2년차 사이드암 임기영이 성장하며 불펜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그외 크게 눈에 띄게 성장한 투수가 없다. 김 감독은 "넥센의 조상우나 NC의 윤형배는 150km 이상을 그냥 던지더라. 어디 그런 투수들 없나. 있으면 몇십억을 줘서라도 데려오고 싶다"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트레이드는 어렵고, 결국 기존 남은 투수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3년간 불펜에서 분투한 좌완 박정진도 개막전 등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감독은 "박정진은 시범경기 등판이 힘들 것 같다. 개막전까지도 (몸 상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신인 좌완 이충호와 송창현을 시범경기에서 테스트하고 있지만 아직 김 감독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이 아니라 고민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
그래도 마무리 안승민과 셋업맨 김광수가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 열흘의 시간이 남아있고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 감독의 마운드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지 남은 시범경기를 주목해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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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