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많아도 등록수는 같다".
두산 김진욱(53) 감독은 '행복한 고민'이라는 표현을 썼다. '화수분 야구'라는 오래된 수식어처럼 쓸만한 선수들이 넘치기 때문이다. 김진욱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많아도 엔트리 등록수는 같다"고 말했다. 1군 엔트리는 26명. 아무리 좋은 선수가 많아도 26명 엔트리는 초과할 수 없다. 감독은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 한다.
선수층이 얇은 팀들이 보기에 배부른 소리로 비쳐질 수 있지만 냉정하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수장으로서는 머리가 아플 만하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행복한 고민이다. 작년에는 누가 아플까 싶어서 노심초사했는데 올해는 선수들이 많다. 선수가 없어 고민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다.

야수진은 포수부터 내외야까지 빡빡하게 들어차 있다. 포수는 양의지-최재훈에 박세혁까지 경쟁에 가세했고, 내야에는 김동주·홍성흔을 중심으로 손시헌·최준석·고영민·오재원·김재호·허경민·윤석민·이원석·오재일·최주환이 있다. 외야에도 이종욱·김현수·정수빈·임재철·민병헌·박건우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웬만한 실력과 컨디션으로는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신구조화가 잘 어우려져 있는 멤버들로 상당수 백업 선수들이 다른 팀이라면 능히 주전으로 뛸 만한 기량이다. 김 감독은 "백업선수들로 라인업을 꾸려도 그림이 괜찮더라"고 말할 정도로 언제 어떤 선수들이 자리에 들어가더라도 공백을 느낄 수 없는 수준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선수 육성 시스템과 FA 홍성흔 영입 효과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야수 뿐만 아니라 투수들도 경쟁이 치열하다"며 시선을 마운드로 돌렸다. 김 감독은 이용찬의 부상으로 생긴 선발 공백에 대해 "서동환·안규영·김상현에 새인물 이정호도 경쟁에 가세했다"며 "불펜도 경쟁이 정말 치열해졌다. 정재훈과 이재우까지 돌아와 더 두터워졌다. 왼손 불펜투수로는 유희관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여기에 김강률·변진수·윤명준·김명성 등 신예 투수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 감독을 흐뭇하게 하는 건 단순히 선수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좋은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김 감독은 "요즘 우리선수들을 보면 야구에 대한 자세가 참 좋다. 작년과 비교할 때 흐트러진 모습 없다. 껄렁껄렁하면 발도 못 붙일 분위기다. 공부할 때에도 그렇지 않은가. 공부하는 학생이 있으면 따라서 공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두터운 선수층과 면학 분위기 속에서 두산은 시범경기를 순항하고 있다. 7경기 5승1패1무 승률 8할3푼3리로 시범경기 단독 1위를 달리는 중이다. 비어있던 외국인선수 한 자리에도 개릿 올슨이 새롭게 가세, 선발진의 고민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두산의 행복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상대팀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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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