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김보성, 어느 시인의 꿋꿋한 시낭송이 만든 웃음보따리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3.21 08: 26

시를 사랑하지만 어쩐지 어설프기 짝이 없는 시인 김보성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졌다.
김보성은 지난 20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문학의 밤’ 특집으로 문학과 깊은 연관이 있는 김애경, 조민기, 장현승이 함께 했다. 김보성은 사실 영화 홍보를 하기 위해 ‘라디오스타’를 찾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라디오스타’에서 홍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그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시구절로 안방극장에 웃음폭탄을 투하했다.
‘라디오스타’는 소위 세다고 말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들이 출연해 MC들의 독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습이 큰 재미를 만들었다. 과거 최민수가 출연했을 때 한없이 무너지는 카리스마에 시청자들은 전율을 느꼈다. 액션영화가 사랑하는 김보성도 마찬가지였다.

대중에게 김보성은 ‘의리’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외치는 사나이 중에 사나이로 인식돼 있다. 그런 그와 감성적인 사람과 어울릴 법한 시를 사랑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외의 재미를 안긴다. 때문에 그가 진지하게 시를 읊다가도 복병 장현승의 주옥 같은 시구절에 당황하고 견제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길 수밖에 없다.
김보성은 이날 집안이 시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후 방송 내내 시에 대한 애착을 표현했다. 물어뜯기 좋아하는 MC들이 “짜깁기 아니냐”, “비슷한 단어가 계속 나온다”, “화자의 장소만 바뀌는 것 같다” 등의 날카로운 지적을 해도 김보성은 꿋꿋하게 시를 낭송했다.
여기에 선배 김애경이 의리를 강조하는 그의 삶에 대해 “겉멋이다”, “젊었을 때와 다르다. 이제는 돈을 모아야 한다. 정신 차려라” 등의 돌직구를 날리면서 사나이 김보성은 한없이 약해졌다. 김보성 본인에게는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지만 방송의 묘미가 배가됐던 것도 사실. 상남자 김보성이 선배 김애경의 일갈이나, MC들이 시인으로서 자질에 대한 의구심에 무너지는 과정 역시 흥미를 자극했다.
예능감이 뛰어난 김보성은 MC들의 독설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먹잇감을 자처했다. 덕분에 '라디오스타'는 시청자들이 의리남 김보성이 아닌 시를 사랑하는 남자 김보성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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