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로티-연애’, 네티즌 무심코 한 평점테러 韓영화 죽는다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3.21 11: 25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바로 지금 한국 영화계가 겪고 있는 상황과 들어맞는 속담이다.
네티즌들이 재미로 한 장난에 영화 ‘파파로티’, ‘연애의 온도’ 등 신작들을 비롯해 한국 영화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관람 후 평점’ 게시판에서 네티즌들의 ‘1점 주기’ 집단행동으로 평점이 하락한 것.
특정 사이트에서 시작된 네티즌들의 영화 평점 공격은 ‘의리’, ‘으리’ 등 특정 키워드를 활용해 여러 영화에 마구잡이식으로 1점을 남발하는 집단 행위로 이어졌다. ‘의리’라는 댓글은 ‘영웅: 샐러멘터의 비밀’(이하 영웅)과 관련이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배우 김보성 주연의 ‘영웅’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의 평점을 낮게 주자는 글에 네티즌들이 동조하면서 평점깎기 놀이가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김보성이 의리의 아이콘인 만큼 네티즌들이 김보성과의 ‘의리를 지키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평점테러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파파로티’ 평점 게시판의 경우, 지난 19일 저녁부터 20일 새벽까지 올라온 네티즌들의 평점 500개 중 약 300여 개가 평점 1점으로 영화의 본질적 평가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의 글들로 순식간에 도배됐다. ‘연애의 온도’ 또한 마찬가지다.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평점 9.46점을 기록했지만 21일부터 시작된 평점테러로 6점대까지 떨어졌다.
네티즌들의 일방적인 1점주기 집단행위는 신작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앞서 ‘신세계’, ‘사이코메트리’, ‘7번방의 선물’ 등 상영 중인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영화 ‘지슬’ 역시 유사한 사례를 겪었고 ‘러브레터’를 비롯해 과거 명작까지 피해를 당했다.
네티즌들은 장난으로 한 행동이지만 이는 곧 한국영화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포털 사이트 영화 평점 게시판은 영화의 입소문을 반영하는 가장 대표적인 정보공간이자 예비관객들이 입소문을 가늠하고 관람 작품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
한 영화 관계자는 “감독과 배우를 비롯한 수많은 스태프들이 열정과 땀으로 만들어낸 작품이 관객들의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특정 네티즌들의 행동으로 평가 절하되는 것은 각 작품에 대한 테러인 동시에 최근 상승세인 한국 영화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라고 한탄했다.
‘연애의 온도’를 배급하고 있는 롯데엔터테인먼트 또한 “선량한 누리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이러한 사이버 테러와 악의적인 평점 놀이는 지양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연애의 온도’는 물론 다른 영화들이 평점 테러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확실한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의 평점깎기 테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측은 “내부적인 협의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상황. 네티즌들의 집단행동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네이버가 조속히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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