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타 비고에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던 박주영(28)이 스스로 난국을 타개하며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았다.
셀타의 주전 공격수 이아고 아스파스가 4경기 출장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스페인축구협회(RFEF)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징계위원회를 열고 "아스파스에게 4경기 출장정지와 3005유로(약 437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아스파스는 지난 16일 열린 2012-201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8라운드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와 원정 경기서 0-1로 뒤진 전반 28분 상대 수비수 카를로스 마르체나를 머리로 받아 레드 카드를 받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박주영은 때마침 데포르티보전서 시즌 4호골을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후반 24분 그라운드를 밟아 0-3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 35분 귀중한 만회골을 터뜨렸다. 미카엘 크론-델리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문전으로 침투하며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3개월 반 만에 맛본 실로 짜릿한 골맛이었다. 팀은 결국 1-3으로 패했지만 박주영에게는 실로 중요한 골이었다.
아스파스는 오는 31일 FC 바르셀로나전을 기점으로 라요 바예카노(7일), 마요르카(14일), 사라고사(21일)전에 잇달아 결장한다. 강등권을 허덕이는 셀타에 '악재'가 아닐 수 없는 소식이지만 '경쟁자' 박주영으로서는 호재다.
박주영은 올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리그에서 3골, 컵대회에서 1골을 맛봤다. 골 수만 놓고 보면 출전 횟수에 비해 아쉬운 것이 사실이나 이 중 교체가 12경기에 달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렇게 못 미더운 활약도 아니다.
그간 아스파스에게 밀려 주전 자리를 꿰차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전임 감독 체제 하에서 어느 정도 기회가 보장됐지만 신임 아벨 레시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출전 시간은 기하 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데포르티보전은 지난달 3일 오사수나전 이후 근 1달 반 만에 20분 이상 출전한 경기였다. 그전까지는 5경기서 도합 13분 출전에 그쳤고, 지난 11일 레알 마드리드전서도 고작 8분을 뛰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숱한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본인 스스로 위기를 타개하며 기회를 잡았다. 레알전서 극히 짧은 출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크로스바를 맞히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더니 데포르티보전서 부활을 알리는 골을 터뜨렸다. 그 사이 마리오 베르메호와 엔리데 데 루카스 등 박주영의 실질적 경쟁자들은 많은 기회를 잡고도 레시노 감독의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절호의 기회다. 본인도 간절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박주영은 지난 20일 스페인 지역지인 라보스데갈라시아와의 인터뷰서 "팬들에게 셀타에 남았으면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 것이 내가 매 경기 뛰는 이유"라며 "적응은 끝났다. 더 많은 자신감이 생겼다. 이곳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을 안다. 남은 정규리그 10경기서 다시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셀타는 현재 승점 23점으로 19위에 처져있다. 잔류 마지노선인 17위 레알 사라고사와 격차는 3점. 박주영이 소속팀과 함께 부활의 날갯짓을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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