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심야 시간대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이 저조한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동시간 대 케이블채널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최고 2~3%를 오가며 상승세를 보여 대조적이다.
지난 이틀 간 오후 11시에 방송된 지상파 심야 프로그램은 모두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0일 심야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한 SBS '짝'의 시청률은 6.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집계)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1.7%P 하락했지만 경쟁 프로그램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가 6.0%에 머물면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토크쇼 '화신, 마음을 지배하는 자'도 6.9%였음에도 이날 예능 프로그램 중 1위였다.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은 4.7%를 보였으며,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 종영한 KBS 2TV ‘달빛프린스’의 빈자리를 채운 ‘뮤직뱅크 인 자카르타’는 3.3%를 기록했다. 흔히 말하는 애국가 시청률이다.

반면 최근 tvN, 엠넷 등의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영되는 심야 시간 프로그램은 시청률 호조를 보이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은 첫 방송부터 2%(이하 닐슨코리아 케이블유가구 기준 집계)에 육박했으며 이영자가 출연했던 'SNL코리아'는 최고 3.9%라는 성적표를 냈다. 이 밖에 군대 시트콤 '푸른거탑', '막돼먹은 영애씨' 등도 나란히 2%를 넘나들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개 케이블에서 '성공'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시청률은 1% 내외. 하지만 이제는 이 정도의 시청률로는 명함을 내밀기 힘들 만큼 케이블 프로그램의 세가 커졌다. 지상파가 오후 10시 드라마 블록과 오후 11시 심야 예능 블록에 유독 힘을 줘 편성표를 짠다는 점을 감안할 때 케이블 프로그램들의 성과는 높이 평가할만 하다.
tvN의 예능 관계자는 "사람들이 원하는 부분을 짚어주기 때문에 인기가 점점 높아지는 것 같다"며 "지상파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소재들, 예를 들면 정치, 사회, 풍자, 19금 유머 등은 절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코드지만 성인이라면 누구나 가려워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남성 시청자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그램 '푸른거탑'에 대해서는 틈새시장 공략이 통한 예라고 설명했다.
'인현왕후의 남자' 송재정 작가, 김병수 감독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며 높은 관심을 모았던 '나인'도 케이블 드라마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케이스로 꼽힌다. 특히 한 주를 시작하는 월, 화요일 심야 블록에 편성되면서 한 주 동안 케이블의 인기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시각이다.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시청률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다. 매회 반전이고 복선이 많아 단순 멜로드라마를 뛰어넘었다. 보통 멜로드라마는 남녀 배우의 사랑을 방해하는 삼각, 사각 로맨스인데 '나인'은 하나의 러브라인을 중심으로 매회 사건이 일어난다"고 차이를 짚었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장르만을 놓고 봤을 때 아직 지상파의 파워는 강력하다. MBC ‘마의’와 SBS ‘야왕’이 모두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으며 첫 방송부터 논란이 있었던 KBS 2TV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도 25%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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