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 공화국이 지난 3월 20일(한국시각) 푸레르토리코를 3-0으로 누르고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8전전승으로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06년 1회 대회에서 4강, 2009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둔 한국은 이번에 우승을 목표로 출전했으나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3년마다 열린 이 대회는 4회 대회가 2017년에 거행될 예정입니다.

야구국제대회 중 세계 최고의 선수권대회로 인정받고 있는 WBC는 이번 대회를 통해 참가국의 수준 차이가 줄어들었음을 보여줘 세계화, 평준화 돼 한층 대회 비중이 격상됐습니다.
하지만 흥행에서는 미국, 일본, 한국이 중간에 탈락해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습니다.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작년 런던대회부터 제외된 야구는 WBC에서 좋은 성적이 국내 야구 인기와 연관돼 앞으로 이 대회에 대비한 한국야구의 준비가 절실히 요청됩니다.
우리가 이번 대회에서 충격적인 좌절을 겪은 원인과 앞으로 과제는
#=류현진, 추신수 등 대표팀 구성에서 투타의 핵심 멤버인 메이저리거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고
#=두 선수 외에도 1차 대표팀 명단에 오른 선수 중 6명이 부상 등으로 빠졌으며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한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고 상대팀 분석력도 미흡했고
#=대표팀 투수와 타자들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코치진을 늘려서라도 세밀하고 집중적인 지도가 따라야 하며
#=국내에서 본선 1, 2라운드를 개최하기 위해 돔구장 건설이 따라야 합니다.
3회 대회 본선 참가 16개국이 제출한 예비 엔트리에서 메이저리거는 총 112명이었습니다.
나라별로 평균 7명의 메이저리거가 있는 셈인데 미국은 27명 전원이었고 도미니카 공화국은 23명 중 22명이었습니다.
베네수엘라가 20명 가운데 18명이 빅리거였으며 푸레르토리코와 멕시코는 각각 12명, 캐나다가 8명, 이탈리아가 6명, 네덜란드가 3명, 호주가 2명, 대만과 중국이 각각 1명씩이었습니다.
빅리거가 한 명도 없이 참가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 쿠바입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마무리 투수 페르난도 로드니(탬파베이 레이스)는 메이저리그 경력 13년째로 지난 해 디트로이트에서 이적한 베테랑인데 마지막 투구 후 세계에서 제일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세레머니 흉내를 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결승전을 앞두고 소속팀 허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나라를 대표하는데 구단의 허락은 필요치 않다"고 밝혀 중남미 국가 선수들의 달라진 자세를 보여주었습니다.
2회 대회 때만해도 중남미 국가 선수들은 자기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경기 중 덕아웃에서 희희덕거리며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대회는 그들은 진지해졌고 끈끈한 팀워크를 과시했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달라진 모습은 앞으로 제4회 WBC를 준비할 한국 야구대표팀이 배웠으면 좋겠으나 현실정은 쉽지 않습니다.
빅리거가 128명이나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만해도 페르난도 로드니는 자신이 선택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지만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타자인 알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 등은 소속팀 눈치나 개인 사정 때문에 불참했습니다.
메이저리거가 단 두명인 한국에서 미국에 처음 발을 딛은 류현진이 소속팀 LA 다저스에 적응하기 위해,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 옮긴 처지여서 애국심을 우선하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빅리거가 91명인 베네수엘라, 21명인 캐나다, 18명인 쿠바, 17명인 푸에르토리코처럼 많은 선수를 메이저리그로 진출 시켜 출전이 가능한 선수를 선발할 수 밖에 없습니다.
936명으로 가장 많은 미국도 이번 대회에 겉으로는 최강팀을 구성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는 더 좋은 몇 몇 선수들이 빠지고 참가한 선수들도 소속팀에서 각종 견제를 가해 조 토리 대표팀 감독은 팀 운영이 힘들었고 결국 8강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일본도 16명이 빅리거이지만 이번에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아 8강에 그쳤습니다.
정규 시즌 직전 거행되는 WBC는 그만큼 선수들이 부상이나 컨디션 차질을 우려할만한 합니다.
월드컵 축구와 달리 제한적인 요소가 다분한 WBC에 대해 그동안 대회 개최에 주도적이던 미국도 회의론이 커져 대회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는 게 당연합니다.
대회 기간을 정규 시즌 직후인 11월에 개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고 WBC가 계속 열린다면 한국으로서는 국내에서 준비를 현재보다 더 철저하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많은 우수한 선수를 육성하는 방법이 지름길입니다.
야구 특성상 투수 부문이 단기간 열리는 WBC에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데 이번에 준우승한 푸레르토리코의 선발 마리오와 1라운드에서 한국에 영봉승을 거둔 네덜란드의 투수진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해 SK에서 SK에서 18경기에 등판해 95 1/3이닝을 던지며 6승3패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한 마리오는 무릎 부상 때문에 와이번스와 재계약에 실패한 뒤 LA 다저스에 입단해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는데 일본전에서 무실점 투구로 팀을 4강에 올리는데 공헌했습니다.
네덜란드 투수진 역시 마이너리그 출신 투수들이지만 2회 대회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을 2연파하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에 0-10으로 콜드게임패를 당했으나 이번에는 영봉승을 거두고 쿠바도 꺾는 깜짝 활약을 했습니다.
네덜란드의 투수진이 좋아진 이유는 이번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네덜란드 코칭스태프는 사령탑에 2000년 쌍방울과 SK에서 1년을 뛰었던 헨스리 뮬렌(46)감독과 2회 대회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로버트 에인혼(45)감독이 수석코치로,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87승을 올린 사상 최고의 커브의 달인 버트 블라일레븐(61) 투수코치 등이 모여 투수진을 강화 시켰습니다.
이들은 우리보다 긴 합동훈련 기간을 통해 대표팀을 육성했고 이탈리아 역시 마찬가지로 많은 기간동안 대표팀 훈련을 펼쳤습니다.
한국도 좋은 코치가 비공식멤버라도 다수 대표팀에 구성돼 집중적으로 투수를 조련 시키면 단기간 대회에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