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18.44m]펜스 밀고 높이고…바뀌어가는 야구장 풍경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3.22 06: 40

야구는 작은 변화가 큰 변수로 탈바꿈하는 종목이다. 야구공의 반발력이 조금만 달라져도 리그 전체의 타율이 뒤바뀌고, 그라운드의 흙이나 잔디의 상태에 따라 우전안타가 될 타구가 2루수 땅볼로 둔갑하기도 한다.
펜스까지의 거리도 마찬가지다. 공인구의 반발력은 홈 팀이 조작하기 힘든 변수지만 펜스까지의 거리는 팀의 특성에 따라 입맛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가 잠실구장에서 LG가 설치했던 엑스존이었다. 투수력보다는 타력이 강한 LG가 공격야구를 위해 2009년 설치한 엑스존이지만 오히려 상대팀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2년 만에 없애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전구장과 마산구장은 팀 수장의 요청에 따라 펜스에 손을 댔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부임 후 처음 찾은 대전구장의 펜스를 보더니 "훨씬 뒤로 더 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한 마디에 따라 대전구장은 겨우내 공사를 벌였고, 기존 중앙펜스 114m, 좌우측펜스 97m 에서 중앙펜스 121m, 좌우측펜스 99m로 규모를 넓혔다.

한화는 많은 홈런을 양산해내지만 더 많은 홈런을 허용하는 구단이었다. 김 감독이 펜스를 뒤로 민 것은 한화에 본격적으로 스몰볼을 이식하겠다는 의미다.
마산구장은 펜스를 뒤로 미는 대신 펜스 높이를 기존 2m에서 3.8m로 높이는 공사를 진행했다. NC가 애리조나로 캠프를 떠난 기간동안 기존 펜스위에 새로이 펜스가 들어섰다.
NC 김경문 감독은 21일 마산 롯데전을 앞두고 "경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펜스를 높여 달라고 요청했다. 인정 2루타가 나오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라며 "인정 2루타가 나오면 1루에 있던 주자가 홈으로 갔다 다시 돌아오는 일도 있고 경기의 흐름이 끊긴다. 어차피 홈런이 될 타구는 (펜스 높이를 올려도) 넘어가는데 인정 2루타는 어느정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팀 NC는 장타자가 부족한 대신 발 빠른 선수가 즐비하다. 김 감독 역시 NC는 빠른 발로 승부를 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담장을 높여 인정 2루타를 줄이고자 한 김 감독의 구상은 홈 구장에서 NC의 전력 극대화를 꾀한다고 볼 수 있다.
공통점은 한화와 NC 모두 스몰볼을 지향하면서 펜스에 손을 댄 것이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는 스몰볼이 득세하고 있다. 2011년에 비해 2012년에는 리그 전체의 홈런 자체가 30% 이상 줄었다.
한 방으로 승부를 가르는 야구는 더 이상 필승법이 아니다. 대세에 따라 야구장의 풍경이 바뀌어가는 건 어쩔 수 없다. 2013년 야구장은 재미 보다는 승리를 위한 방편이 대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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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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