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상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즌 개막을 맞이하게 됐다.
LG 토종선발진이 시범경기 기간 동안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범경기에서 3, 4, 5 선발투수로 시험대에 오른 임찬규·우규민·신정락 모두 호투와 부진을 반복, 일장일단의 모습을 보인 채 2013시즌을 앞두고 있다.
전지훈련 당시 가장 구위가 좋았던 이는 임찬규였다. 임찬규는 오키나와 연습경기서 최고구속 147km를 찍으며 재도약을 다짐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투구 중 손톱이 깨지며 3이닝 4실점으로 부진, 오키나와에서 보여준 구위가 실종됐다. 그래도 두 번째 등판에선 호투했다.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최고구속 144km와 함께 5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우규민과 신정락은 임찬규와 반대로 느낌표를 다시 물음표로 돌려놓았다. 시범경기 첫 선발 등판에서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나란히 부진했다. 우규민은 13일 NC전에서 5이닝 무실점했지만 20일 롯데전은 5이닝 5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신정락도 15일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무실점, 21일 두 번째 선발 등판은 4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사실 LG 토종선발진은 시범경기에서 투구 내용 외에도 두 가지 물음표와 마주하고 있다. 첫 번째로 세 투수 모두 풀타임 선발투수 경험이 전무한 것, 두 번째는 선발 로테이션에 두 명의 사이드암투수를 넣는 것이다.
베테랑 우투수 김광삼 홀로 선발투수로서 최근 3년 동안 연 평균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하지만 김광삼은 지난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로 올 시즌 복귀가 쉽지 않다. 지난 시즌 선발투수 전환을 꾀했던 임찬규는 지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며 55⅔이닝 소화에 그쳤고 우규민은 1군에서 주로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신정락은 1군 통산 소화이닝이 44이닝에 불과하다.
아무리 구위와 컨트롤이 뛰어난 투수도 6개월의 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컨디션 하락은 피할 수 없다. 그만큼 풀타임 선발 출장 경험이 없는 세 투수가 노하우 없이 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기가 힘든 게 사실이다. 김기태 감독 역시 “시즌 중 8, 9명까지 대기시킬 것이다”며 시즌 중 선발진에 변화를 줄 뜻을 보였다. 문제는 대기하는 투수들 역시 풀타임 선발 등판 경험이 없다. 결국 지난 시즌처럼 선발투수만 10명 이상이 나타나는 우여곡절을 다시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이드암 투수 두 명이 포함된 선발진 구성도 LG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보통 사이드암 투수는 도루 저지와 좌타자에게 약해 불펜에 자리하곤 한다. 물론 우규민과 신정락은 구위와 컨트롤을 겸비한 사이드암 투수다. 특히 우규민의 경우 2011시즌 경찰청에서 선발투수로 최고 투수 자리에 오른 만큼 선발투수가 필요한 경기 운영 능력을 터득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좌타 라인이 강하고 도루에 능한 팀과의 3연전에서 우규민과 신정락이 내정되어 있다면 시리즈 자체가 힘들어진다. 김기태 감독이 “올 시즌에는 1·2 선발 주키치와 리즈를 떨어뜨려 놓을까 생각 중이다. 둘이 붙어 있는 것 보다는 떨어져 있는 게 연패를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이유도 선발진 구성에 있다.
LG는 22일 포항 KIA전 선발투수로 김효남을 마운드에 올린다. 시범경기 첫 선발 등판에 임하는 김효남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오키나와 캠프부터 그렸던 청사진은 다소 흐려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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