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선수 좀 줘", 류중일 "우리도 없습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3.22 06: 31

"선수 좀 줘", "우리도 없습니다". 
지난 21일 대전 한화-삼성전 시범경기. 경기를 앞두고 류중일(50) 감독을 비롯해 삼성 관계자들이 예를 갖추고 한화 덕아웃을 찾았다. 김응룡(72) 감독에게 인사하기 위함이었다. 김응룡 감독은 2001~2004년 감독, 2005~2010년 사장으로 무려 10년을 삼성에 몸담았다. 류중일 감독도 같은 기간 삼성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지난해 10월 김응룡 감독이 한화 사령탑으로 복귀한 후 현장에서 감독 대 감독으로 만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이끄느라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김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 이날 류 감독은 김 감독의 감독실에서 약 30분간 커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눴다. 

김 감독은 "(전임) 사장이라서가 아니라 야구 선배이니까 인사하러 온 것"이라고 했다. 환담의 주제는 역시 야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우승팀 감독한테 30분 동안 한 수 배웠다"며 웃은 뒤 "선수를 좀 달라고 했는데 삼성에서 안 준다고 하네. 트레이드를 하겠다는 팀이 없다"고 말했다. 
기본 전력이 약한 한화이기에 김 감독은 어떤 식으로든 선수를 보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김 감독은 부임 후 두 번의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롯데와 삼성에서 각각 투수 송창현과 길태곤 영입했지만, 아직 이들은 여물지 않은 투수들로 즉시전력감이 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한화가 지난 4년간 3번 최하위에 그친 반면 삼성은 최근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유망주 육성 시스템이 뿌리내렸고, 전 포지션에서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하고 있다. 감독-사장 시절부터 삼성을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이 류감독에게 "선수를 좀 달라"는 '농담'에 가까운 부탁을 하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류중일 감독은 "김응룡 감독님께서 류현진·박찬호·양훈 같은 선발투수들이 빠진 마운드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 김 감독님이 '선수를 좀 달라'고 하셨지만 '우리도 선수가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김 감독과 대화 내용을 밝혔다. 제 아무리 전력이 좋은 팀이라도, 전임 사장의 팀이라고 해도 프로의 세계에서 공짜는 없다.
김 감독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한 류 감독이지만 감독 대 감독으로서 가진 만남에는 감회가 남다른 모습이었다. 류 감독은 "1991년 한일 슈퍼게임에서 감독과 선수로 처음 만났고 삼성에서 감독과 코치, 사장과 코치로 10년을 같이 했다. 그런 분이 다시 감독님으로 복귀해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 나로서는 참 영광일 따름"이라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의 "우승 감독한테 한 수 배웠다"는 말에 류 감독은 "아니,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짧은 대화를 했는데 뭘 뺏어가셨지?"라며 골똘한 표정을 짓더니 "내가 감히 어떻게 그러겠나. 김응룡 감독님은 10번이나 우승하신 분인데 당연히 내가 그 분께 배워야 하지 않겠나. 나는 이제 두 번 했을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김 감독의 한화는 이날 최진행과 김태균의 홈런을 앞세워 삼성을 제물삼아 시범경기 4연패를 끊었다. 김 감독이 '제2의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한 번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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