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다이너마이트 타선, '탁구장 의혹' 벗는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3.22 06: 35

대전구장 효과는 원래부터 없었던 것일까. 
한화가 홈으로 쓰는 대전구장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탁구장'이라는 은어로 불렸다. 종전의 대전구장은 좌우 97m, 중앙 114m로 1군 구장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였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거포들이 많았고, 화끈한 장타력을 앞세운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전구장 효과를 본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대전구장의 규모는 확 바뀌었다. 좌우 100m, 중앙 122m로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 다음 가는 중형급 구장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단순히 펜스가 뒤로 밀어진 것 뿐만 아니라 펜스 높이도 기존 2.8m에서 좌우 3.2m, 중앙 4.5m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한눈에 봐도 외야가 넓어졌고, 담장을 쉽게 넘기기 어려워보인다. 

이 같은 구장 확장에 따라 올해 한화의 홈런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발 빠른 선수가 많지 않은 한화는 결국 장타력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팀인데 오히려 구장을 크게 넓혔으니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대전 삼성전 시범경기에서 오랜만에 한화다운 대포쇼가 펼쳐졌다. 6회말 최진행이 승부를 뒤집는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켰고, 7회말에는 김태균이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홈런 2개 모두 좌측으로 넘어갔는데 비거리는 각각 115m-105m였다. 어느 구장에서든 다 홈런이 될 타구였다. 
대전구장에서 10년 넘게 뛰고 있는 김태균은 "구장이 넓어졌지만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홈런 숫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홈런 타구도 야구장 크기에 맞게 날아간다. 다른 팀 타자들이 여기서 특별히 홈런을 많이 친 것도 아니고, 우리팀이 잠실구장에서 못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최)진행이는 잠실구장에서 홈런을 더 많이 치지 않았나"고 항변했다. 최진행은 박병호와 함께 잠실구장에서 가장 많은 5개 홈런을 터뜨렸다. 
최진행도 "경기 전 훈련할 때에는 구장이 커졌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21일) 태균이형 홈런도 예전 같았으면 정말 잘 맞은 타구라 '크다'는 느낌이 들었을텐데 오늘은 '어, 어' 하다가 넘어가는 느낌이 있기는 했다"면서도 "하지만 어차피 경기 중 펜스를 보고 타석에 들어서는 게 아니다. 타격을 할 때 구장 크기는 의식하지 않는다. 홈런과 구장 크기는 그렇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태균은 "구장이 넓어지니까 마음이 더 편하다. 나 같은 경우는 발이 느려서 펜스 가까이 가는 타구를 치고도 단타에 그치는 것이 자주 있었다. 홈런보다 오히려 그런 게 더 의식됐는데 구장이 넓어지면서 2루타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포 김태완도 "어차피 넘어갈 타구는 어디든 다 넘어가는 것이다. 구장이 커졌지만 홈런을 치는 것과는 크게 관계 없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탁구장 의혹'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한화 거포들. 새롭게 커진 대전구장에서 과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영광을 재현하며 의혹을 벗을 수 있을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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