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니다. 진행이가 할거다".
한화 주장 김태균이 올 시즌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절친한 후배 최진행(28)을 꼽았다. 최진행은 지난 21일 대전 삼성전 시범경기에서 6회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때렸고, 김태균은 7회 쐐기 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올해 홈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김태균은 "홈런왕 같은 타이틀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도 "올해 홈런왕은 진행이가 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김태균은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며 결코 후배 기 살려주기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진행이 스리런 홈런을 칠 때 2루 주자로 있었던 그는 "슬라이더를 아주 벼락 같은 스윙으로 치더라. 어떻게 그런 스윙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진행은 차우찬의 128km 슬라이더를 받아쳤는데 맞는 순간 빠르고 완만한 궤적을 그리며 순식간에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전형적인 '최진행표' 홈런이었다. 이른바 100% 스윙으로 군더더기 없이 스윙이 돌아갔고, 짧은 임팩트 순간 힘이 제대로 전달됐다. 홈런 뿐만이 아니었다. 4회 2루타도 좌측 라인선상에 라이너성으로 총알같이 날아간 것이었다. 안타 2개가 모두 장타였는데 올 시즌 최진행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서는지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최진행은 "홈런이나 장타를 의식하는 건 아니다. '정확하게 치자'는 생각도 당연히 갖고 있지만 투수와 타이밍 싸움에서 100% 내 스윙을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내 스윙을 제대로 하고, 배트 중심에만 맞으면 큰 타구가 나올 수 있다"며 "기술적인 것보다는 마음가짐의 차이라고 본다. 너무 좋은 공만 골라서 치려는 것보다 투수와 타이밍 싸움을 잘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최진행은 너무 좋은 공을 기다리는 성향이 강했다. 삼진이 109개로 리그에서 3번째 많았지만 타석당 투구수도 4.2개로 전체 3위였다. 투수와 승부를 길게 가져갔으나 100% 스윙을 하지 못했고, 이도 저도 아닌 타격이 되고 말았다. 최진행의 강점은 거침없는 스윙인데 그게 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를 떠올리며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여러모로 안 풀린 시즌이었다"고 떠올렸다.
올해는 본연의 스윙을 하고 있다. 김태균이 말한 '벼락 같은 스윙'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작년에는 55타점밖에 올리지 못했다. 공격력 좋은 1번타자도 그 정도 타점은 할 수 있다. 중심타자로서 너무 부족했다. 올해 최대한 많은 타점을 올리고 싶다. 앞에 (김)태균이형, (김)태완이형이 찬스를 많이 만들어주고 있다. 나에게는 좋은 기회다. 나만 잘 하면 예전의 무시무시한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그렇다면 김태균이 말한 '홈런왕'에 대한 생각은 어떠할까. 그는 2010년 32개의 홈런을 기록했으나 44개를 친 이대호에 막혀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최진행은 "당연히 홈런왕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 먼저 보여준 다음에 이야기하겠다. 조용히 칼 갈고 있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태균은 "올해는 경기수가 줄었고, 일정상 1~3선발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홈런이 줄 것이다. 30개 정도면 홈런왕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태균의 진심 어린 예언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최진행에게 시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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