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려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부(부장검사 황의수)는 21일 야구 체육특기생 대학 부정입학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지검 공보담당 진경준 2차장 검사는 이날 "인천 모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이 체육특기생 입시비리에 개입돼 있다는 자체첩보를 입수하고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 대학 야구부 체육특기생 진학과 관련해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대학 감독 8명과 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을 포함한 브로커 5명, 고교 야구부 감독 4명, 선수 학부모 9명 등 총 26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12명을 구속기소했고 불법 범죄수익 4억6000만원 전부를 추징 보전했으며 또한 이 가운데 1명은 기소중지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진 검사는 "현행 체육특기생 선발 과정은 형식상 '입학 전형' 절차에 의해 선발하는 것처럼 돼 있으나 실제는 대학 야구부 감독 1인이 선수 선발에 관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해 아무런 경쟁없이 야구 감독이 사전 스카우트를 통해 내정한 고교 선수가 선발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야구계는 학연 또는 현역생활 인연을 기반으로 한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어 비리가 개입될 가능성이 농후한 구조"라며 "일부 대학 야구부 감독들의 경우에는 금품 수수와 같은 범죄적 비리를 '관행'으로 여기는 그릇된 인식까지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야구 감독과 인연이 없는 고교 야구부 감독의 경우 일부 우수 선수를 제외하고는 명문대 진학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도 있었다"는 게 진 검사의 설명.
수시모집 선발 과정 또한 입시 비리의 원인 가운데 하나. 진 검사는 "매년 8월 프로 선수 지명 절차가 종료되면 각 대학에서는 9월~10월경까지 수시모집으로 체육특기생을 선발하는데 사전 스카우트로 대학 입학이 예정됐던 선수가 갑자기 프로에 지명되는 경우 대학 야구부 감독들은 급히 대체 선수를 선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 경우 대학 야구 감독들은 미리 정보를 입수한 고교 야구부 감독 및 브로커들로부터 집중적인 청탁을 받게 되는 구조적 문제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교 야구 선수들의 경우 졸업년도에 프로 지명에서 탈락하고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하면 중도에 야구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따라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의 학부모들의 경우에는 졸업년도에 자녀를 어느 대학이든 진학시키기 위해 실력이 우수한 선수의 학부모는 소위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대학 야구부 감독과 친분이 있는 고교 야구부 감독 및 브로커에게 부정한 청탁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 검사는 "체육특기생의 경우 대부분 대학에서 등록금을 면제해 주고 있는바 일부 학부모의 경우 대학 야구 감독에게 거액을 주면서도 '등록금 일시불' 정도로 치부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고교 야구부 감독과 야구 심판들의 열악한 환경과 도덕적 해이 또한 입시 비리를 부추겼다. 진 검사는 "고교 야구 감독은 대부분 1년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는 계약직 신분으로 그 해의 대회성적 및 명문대 진학 여부에 따라 다음 연도의 계약 갱신 여부가 결정되고 있는 반면 그 보수는 학교가 아닌 동문 후원회 및 학부모회를 통해 지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따라서 동문 후원회 혹은 학부모회 내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거나 총무 역할을 하는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청탁을 하는 경우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실제 그런 학부모들이 고교 야구부 감독에게 가장 많은 청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 검사는 "아마추어 야구 심판위원들은 경기 참가 횟수에 따라 1경기당 평균 10만원 내외의 보수를 받고 있으며 1년 중 5개월은 경기가 없어 별다른 소득이 없다"며 "고교 및 대학 야구부 감독은 시즌 중에 경기장에서 야구심판위원들을 만나게 되므로 생계 문제로 곤란을 겪거나 도덕적으로 해이한 일부 야구심판위원들은 이를 기회로 금품수수 과정에 개입하거나 학부모를 기망하여 본인이 직접 금품을 수수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일부 고교와 대학의 경우 매년 1월경에 약 1개월간 일정으로 해외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나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억대에 이르는 전지훈련 소요비용 가운데 학교 측에서는 왕복 항공료 및 체류비 일부만을 지원해 주고 있다. 나머지 비용은 모두 학부모들의 지원으로 충당해야 하는 실정.
진 검사는 "일부 대학 야구부 감독의 경우 신입생 선발시 학부모로부터 부정한 금품을 수수하면서도 이를 '전지훈련비 후원금'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아무런 죄책감없이 이를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야구협회는 야구 체육특기생 대학 부정입학 비리 사건을 통해 ▲야구 지도자 등록 자격 심의 강화 ▲전임 심판제 도입 ▲고교 야구팀 지원 강화 ▲입시 비리와 연관된 학교 육성자금 제한 ▲야구 지도자들의 장기 계약 전환 요청 ▲대학특기생 선발과정 개선 등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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