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기술적인 것들을 떠나서 마음가짐 자체가 다른 것 같다."
매년 시범경기에는 깜짝 등장하는 신예들이 있다. 올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그 주인공은 좌완 정태승(25)이다. 수원유신고-성균관대를 졸업한 정태승은 지난해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대학 시절에는 좌완 트로이카 3인방으로까지 불렸지만 4학년때인 2010년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1년 졸업을 연기해 지명을 받지 못했다.
작년 신고선수로 롯데에 입단한 정태승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올 시즌을 앞두고는 사이판-가고시마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연습경기에 꾸준히 기용되면서 올 시즌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구속의 증가다. 고교시절에는 140km를 곧잘 넘겼지만 대학교에 와서는 130km대로 구속이 떨어졌었다. 하지만 이제는 최고구속이 144km까지 올라왔다.

현재 롯데의 좌완불펜은 강영식과 이명우가 맡고 있다. 이승호가 NC로 이적하면서 아무래도 둘 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정태승이 떠오르고 있다. 전지훈련지에서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의 집중조련을 받은 정태승은 시범경기 3경기에 등판, 2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이다.
2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만난 정태승은 "1군과 같이 움직이며 야구를 하는 것 자체가 정신이 없다"면서도 행복한 듯 미소를 지었다. 꿈에 그리던 1군 마운드, 그리고 거기에 올라오기까지 어려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공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최근 정태승은 팀 선배인 강영식과 이명우를 스토킹(?) 하기에 여념이 없다. 같은 좌완불펜인 강영식과 이명우는 정태승에게 있어서 롤모델과도 같다. 정태승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들을 떠나서 투수로만 봤을 때 두 선배님과 나는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마운드에서 어떻게 하면 저렇게 침착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카운트가 2볼만 몰려도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데 선배님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의 모습 뿐만 아니라 평소 몸을 관리하는 것, 그리고 일상생활까지 모두 정태승에게는 배울 것 투성이다. 강영식과 이명우 두 명의 선배를 정태승은 눈으로 쫓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주로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던졌던 정태승은 이번 겨울 정민태 코치로부터 서클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배웠다고 한다. 정태승은 "서클 체인지업은 써 보니까 좋은데 워낙 감각을 익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구질이라 연습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스플리터는 자꾸 던지다보면 욕심에 손가락을 더 벌리게 되는데 대학교때 그러다가 팔꿈치 부상이 왔다. 최대한 조심하면서 던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태승은 스스로를 '살살 유인하며 던지는 투수'라고 말한다. 구위로 윽박지르기 보다는 정교한 제구력과 수 싸움으로 타자를 상대한다는 뜻이다. 구속이 안 나오던 대학시절 이러한 투구법을 몸으로 체득한 정태승이다. 그는 "팔이 안 아프다는 안도감이 드니까 구속이 나온다. 그렇지만 구속은 그냥 보너스 같다"고 말했다.
뒤늦게 프로무대에 뛰어든 정태승이기에 목표 또한 현실적이었다. 그는 "다른 신인들처럼 1군에서 홀드 몇 개 이런 식으로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다. 대신 언제든 1군에 자리가 나오면 당장 나설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며 시즌을 보내겠다. 그렇게 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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