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앤서니, SUN의 엔도르핀이 되고 있는 이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3.23 05: 59

KIA 선동렬 감독은 요즘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만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한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 선수단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전담하고 있는 앤서니는 마운드 위에서도 자기 역할을 100% 소화 중이다. 생소한 마무리투수 보직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다섯 번의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 4세이브로 순항, 2013시즌 KIA 마운드의 마지막 조각이 되려고 한다.  .
지난 포항 원정 2연전도 마찬가지였다. 21일 포항 LG전을 앞두고 앤서니는 선 감독을 향해 “감독님 안녕하세요. 여기 추워요. 추워”하고 애교 섞인 인사를 전했고 선 감독도 “그래 앤서니, 추우니 어서 들어가”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선 감독은 “앤서니가 한국 사람이 다 되간다”고 웃으며 “앤서니 뿐만 아닌 앤서니의 아이들도 한국어를 배운다고 하더라. 애들을 돌보는 사람이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곧잘 따라하는 듯싶다”고 앤서니의 한국 사랑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올 시즌 KIA 마운드의 가장 큰 물음표는 마무리투수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확실한 마무리투수가 없는 상태다. 때문에 선 감독은 지난겨울부터 마무리 부재 해결을 위해 고심했고 최종안으로 앤서니와 김진우를 생각했었다. 앤서니를 마무리투수로 결정한 배경에 대해 선 감독은 “사실 구위를 놓고 보면 진우가 가장 좋았다. 하지만 트레이닝 파트와 상의하니 진우의 몸 상태가 연투에 임해야하는 마무리투수보다는 선발투수가 맞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두 번째 후보였던 앤서니를 마무리투수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선 감독이 앤서니를 마무리투수로 내정하자 2013시즌 KIA의 마무리투수 준비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선 감독은 “다른 외국인투수라면 선발투수에서 마무리투수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앤서니라면 내 의사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봤다”며 “원래 앤서니는 작년부터 ‘NO'가 없었다. ’팀을 위해 네가 마무리를 해줘야 한다‘고 하니 예상대로 거침없이 ’YES'하더라.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자신이 해왔던 방식을 한국에서도 고수하는데 앤서니는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팀과 잘 융화되는 외국인 선수는 처음이다”고 앤서니를 칭찬했다.
시범경기 기간 동안 선 감독의 마무리투수 앤서니의 대한 시험은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선 감독은 앤서니를 위기 상황에 집중 투입, 앤서니로 하여금 마무리투수 예비고사를 치르게 하고 있는데 앤서니는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투수 자리에 적응하고 있다. 선 감독은 “정작 시즌이 들어가면 다른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시범경기에서 최대한 여러 상황을 경험하게 하려 한다”며 “일단 결과도 잘 나오고 있고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있어서 다행이다. 오키나와 연습경기 때는 주자가 있으면 어쩔 줄을 몰라 했는데 이제는 아니다”고 흡족해했다.
앤서니는 지난 22일 포항 LG전에서도 9회말에 등판, 삼자범퇴로 여유 있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시범경기 5번의 등판에서 볼넷이 없을 정도로 안정감을 과시하고 있고 4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잡으며 세이브 성공률 100%를 유지 중이다. 앤서니가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이렇게 KIA의 뒷문을 잠근다면, KIA는 처음으로 30세이브 외국인 마무리투수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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