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는 강속구 투수? 안승민 편견 깬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3.23 06: 26

"내 공은 느리다. 스피드가 아니라 제구로 승부하겠다". 
참 노련하다. 정석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발전시킬 줄 안다. 한화 마무리투수 안승민(22)이 그 주인공이다. 어느덧 프로 입단 4년차가 된 안승민은 올해 풀타임 마무리투수 첫 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시즌 중반 갑작스럽게 맡아 16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보직이 이제는 그의 이름 앞을 수식하고 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마무리 안승민이는 믿음이 간다. 안승민 말고 누가 마무리 할 사람이 있나. 안승민이가 잘 던지잖아"라며 두터운 신뢰를 나타냈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 감독은 안승민을 마무리로 낙점했고, 시범경기에서 안정된 피칭을 거듭하자 그에 대한 신뢰도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안승민은 시범경기 5게임에서 2세이브를 올리며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5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줬을 뿐 탈삼진 6개를 기록 중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 0.80, 피안타율 1할3푼3리. 팀 내 불펜투수 중에서 가장 안정감이 있다. 매경기 탈삼진을 하나 이상 기록할 정도로 '스터프'도 갖췄다. 
하지만 안승민은 볼 스피드나 구위에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는 원래 볼이 빠르지 않다. 마무리투수치고도 볼이 많이 느리다. 아마 내가 마무리투수 중에서 가장 볼이 느릴 것"이라며 "마무리라고 해서 스타일이 바뀌지는 않는다. 스피드를 버리고, 제구로 갈 것이다. 제구가 없었으면 나는 여기에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승민은 공을 던진 후에도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 구속을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볼 스피드에 연연하지 않는다. 구속을 볼까봐 일부러 기사도 안 찾아본다. 경기 동영상을 통해 투구 밸런스가 어떠한지 볼 뿐 스피드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젊은 투수들이 대개 볼 스피드에 연연하기 마련인데, 그 반대다. 
안승민은 "이상하게 점수차가 많이 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더 들어가더라. 점수차가 클 때 빨리 끝내지 않으면 팬들이 보기에 얼마나 답답하시겠나. 오히려 세이브 상황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던지게 된다"며 마무리 체질다운 여유를 보인 뒤 "지금 시범경기 성적은 큰 의미없다. 시즌에 들어가서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무리는 강속구 투수여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사이드암이나 좌완이 아닌 우완 정통파라면 더욱 그렇다. 이 같은 편견에 정면도전하고 있는 안승민은 "볼이 느려서 불쌍해서 보이나 봐요"라며 여유를 잃지 않았다. 스스로 '느린 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안승민의 직구 구속은 142~144km 수준으로 느리지 않다. 다만 마무리로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 뿐, 제구가 된 140km대 초반의 공은 그 어떤 공보다 위력적이다. 이제 안승민에게도 강력한 '마무리 포스'가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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