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2% 아쉬움에도 미소 짓는 이유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3.23 07: 21

첫술에 배부르랴. 안양 KGC인삼공사가 2%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미소를 짓고 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지난 2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 고양 오리온스를 60-56으로 힘겹게 물리치고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귀중한 승리를 선취하며 1차 목표를 달성한 KGC지만 2% 아쉬움을 남겼다. 이상범 KGC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 앞서 "체력으로 승부를 보겠다. 그게 아니면 내세울 게 없다"면서 "속전속결로 끝내려면 압박수비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작전은 들어맞았다. 경기 초반부터 전면 강압수비를 내세워 오리온스로부터 17개의 실책을 유발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압박이 헐거워졌다. 발이 무거웠던 탓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빠듯하게 시즌을 꾸려왔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에 앞서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여파는 남아있었다.
이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서 "지키는 수비는 됐는데 강압 수비는 안됐다. 체력적인 부분이 이렇게 떨어져 있는지는 몰랐는데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발이 무뎠다.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 뒤에 플레이오프에 돌입하니 고민이 많다"면서 "우리 선수들의 체력을 너무 높게 잡은 것 같다. 제일 자신있는 부분이 강압 수비였는데 도리어 역효과가 났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2%의 아쉬움보다는 98%의 성취감이 더 컸던 1차전이었다. 우선 93.8%의 확률을 잡았다. 프로농구 역사상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 승리했던 팀은 32개 팀 중 단 2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4강 PO행 티켓을 따냈다. 이 감독도 "어쨌든 어려운 가운데서도 1승을 챙겼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귀중한 1승이었다고"고 의미를 부여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지난 시즌 우승 주역 3인방의 활약이다. '에이스' 오세근과 포워드 김일두가 부상으로, 박찬희가 군복무로 올 시즌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승리를 위해서는 김태술 이정현 양희종의 활약이 절실했다.
이 감독도 경기에 앞서 "올해 태술이는 장염 등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어쨌든 (전)태풍이를 막아야 한다. 희종이는 손가락과 코 부상을 안고 있다. 코트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정현이가 득점을 해줘야 공격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외곽이나 픽앤롤을 통해 활로를 뚫어야 한다"면서 3인방의 활약을 바랐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수장의 기대에 한껏 부응했다. 선봉장에 선 김태술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12점 3스틸 2도움 2리바운드 1블록슛을 기록했다. 매치업 상대인 전태풍보다 도움 개수는 6개가 적었지만 6점으로 꽁꽁 묶었다. 또 승부처마다 전태풍보다 더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종료 18초 전 공격제한 시간에 쫓기다 전태풍에게 자유투를 얻어낸 뒤 1구를 성공시키는 모습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장면이었다.
이정현의 활약도 눈부셨다. 오리온스가 추격에 시동을 걸 때마다 찬물을 끼얹는 3점포 등으로 13점 6리바운드를 올렸다. 감독이 주문했던 외곽, 픽앤롤 등 다양한 공격 루트를 선보이는 한편 김태술 최현민 후안 파틸로 등 동료들에게 기회도 창출했다.
양희종도 기록에서는 2점 3리바운드에 그쳤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했다. 동료들이 지쳐있을 때 아픈 몸을 이끌고도 전매특허인 압박 수비를 선보였다. 오리온스의 마지막 공격에서 전태풍의 패스를 가로챈 것도 양희종이었다.
첫 판을 이기고도 도리어 아쉬움을 언급한 이 감독이지만 실상 미소를 짓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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