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칼을 갈던 김광현(25, SK)이 다시 깨어났다. 단순히 그라운드 복귀에 의미를 두는 것도 아니다. 근래 들어 가장 좋은 몸 상태로의 복귀가 예상되고 있다. SK의 기대감도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김광현은 22일 문학구장에서 라이브피칭을 가졌다. 동료 타자들을 직접 타석에 세워놓고 50개의 공을 던졌다. 볼 카운트는 1볼 1스트라이크를 가정했고 실전처럼 25개씩 끊어 던졌다.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동료 타자들은 김광현의 공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잘 맞은 타구는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말대로 “던진 뒤 몸에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다”라는 게 가장 긍정적이다.
겨우 내내 왼 어깨 재활에 매달렸던 김광현은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 하프피칭, 불펜피칭, 라이브피칭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순조롭게 밟고 있다. 이날(22일)은 라이브피칭의 마지막 단계였다. 실전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테스트에서 좋은 경과를 보임에 따라 복귀 시나리오도 탄력이 붙었다. 김광현의 라이브피칭을 지켜본 성준 투수코치는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르면 27일 정도에 퓨처스팀(2군) 연습경기에 등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세 합격 판정이 내려질 정도로 인상적인 라이브피칭이었다. 김광현의 투구를 덕아웃에서 지켜본 동료 투수 송은범은 “공이 좋다”라고 단언했다. 송은범은 “하체가 받쳐주고 있고 중심이동도 잘 된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을 직접 상대한 외야수 이명기는 “시범경기에서 봤던 그 어떤 투수보다도 공이 좋은 것 같다”라고 감탄했다. 동료에 대한 예의성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SK 타자들의 방망이가 너무 헛돌았다.
김광현의 공을 직접 받은 포수 허웅은 한술을 더 떴다. 허웅은 “(김광현이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던) 2010년을 다시 보는 듯 했다”라면서 팔 위치를 직접적인 근거로 들었다. 허웅은 “팔 위치가 높다. 누르는 힘이 2010년과 비슷하다”라면서 “타자들이 알고 치는데도 직구에 대한 반응 속도가 늦었다. 구속이 나온다는 이야기다”라고 했다. SK 전력 분석팀에서는 김광현의 직구 구속을 143㎞ 정도로 봤다. 아직 실전 단계가 아님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성준 투수코치도 호평했다. 성 코치는 “작년보다 좋다. 작년에는 캠프에서 공을 던지면 다음날 공을 잡는 데 부담을 느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것이 없다. 회복력도 작년에 비해 더 좋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좋은 예감이 든다. 선수 스스로도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향후 전망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김광현의 두 번째 라이브피칭은 모든 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 복귀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김광현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천천히 실전감각을 조율하게 된다. 성 코치는 “첫 경기는 2이닝, 투구수 30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단계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이닝과 투구수는 계속 늘어난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면 이르면 4월 말 복귀도 가능해 보인다.
다만 김광현 자신은 아직 신중하다. 최상의 몸 상태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조심스럽게 다루기로 했다. 김광현은 라이브피칭이 끝난 뒤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차근차근 준비해왔고 남들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신한 뒤 “항상 조심스럽다. 당장 내일이라도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잠시 멈출 것이다. 끝까지 집중해서 몸 상태를 확실히 한 뒤 올라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다. 기대가 더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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