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 코치, “권희동, 공 끝까지 보고 때린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3.23 09: 49

“어깨를 닫고 벽을 만든 채 공을 끝까지 보고 있어요. 그러니 힘의 분산도가 적고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것이지요”.
새로운 제자의 매서운 스윙에 코치는 이야기하며 절로 웃음을 지었다. 김광림 NC 다이노스 타격코치가 시범경기 3할 맹타를 보여주고 있는 신인 권희동(23)에 대한 흡족함과 그의 좋은 타격 비결에 대해 밝혔다.
1984년 OB에 데뷔한 뒤 1999년 쌍방울에서 은퇴할 때까지 정확성이 돋보이는 좌타자로 명성을 떨쳤던 김 코치는 2004년 두산에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전도유망한 타자들을 지도하며 그들이 팀의 주전이자 리그 굴지의 타자로 자라나는 데 큰 도움을 준 타격코치다. 신고선수로 입단해 국가대표 주전 타자로까지 자라난 김현수(두산)가 김 코치의 대표적인 제자 중 한 명이다.

2011년 말부터 신생팀 NC의 타격코치로 새 야구인생을 걷고 있는 김 코치는 권위적이기보다 선수들에게 보다 다가가는 지도로 그들의 기량 성장을 돕는 스타일의 코치다. 그가 가르치는 모든 선수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운데 특히 올해 경남대를 졸업하고 9라운드 86순위로 입단한 권희동의 방망이는 전지훈련서부터 시범경기까지 뜨겁게 달아오르는 중이다.
권희동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10경기 34타수 11안타(3할2푼4리) 4타점을 기록 중. 주전 중견수로 낙점되었던 나성범이 손바닥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권희동은 전지훈련 연습경기서부터 클린업트리오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권희동에 대해 “타격도 잘 하고 발이 빠르지는 않지만 수비력도 나쁘지 않다. 대학 시절부터 ‘해줘야 할 때 해주는 선수’라는 평을 받았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리틀 쿠바’ 박재홍(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의 타격폼과도 흡사하다는 평을 받는 권희동의 타격폼. 김 코치는 권희동의 타격폼을 박재홍과의 유사점보다 권희동이 현재 잘 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다른 타자들보다 좀 더 움츠린 듯한 타격 준비 자세부터 남다르다는 평이었다.
“왼 어깨를 좀 더 닫고 있다가 나가는 스타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타격에 앞서 벽을 만드는 것과도 같은 데 그와 함께 투수의 공을 최대한 끝까지 보고자 하는 타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벽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타격 전부터 미리 잔동작으로 힘이 빠져나갈 여지를 막는다는 이야기와 같다. 김 코치는 “어깨 근육과 목 근육까지 모두 붙어 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타격 시 원심력 영향이 미치는 부위인 만큼 어깨로 벽을 먼저 만들고 공을 최대한 끝까지 주시해 집중력을 높인 뒤 ‘내 공이다’ 싶을 때 주저없이 배트를 돌린다는 뜻이다. 기본적인 배트 스피드가 좋은 권희동인 만큼 오히려 이 준비자세가 더욱 특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깨로 벽을 만들었으니 상체가 먼저 열려서 힘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은 없겠지요. 게다가 공을 끝까지 보고자 하니 공략하고자 하는 공은 확실히 때려낼 수 있는 타격폼입니다”.
물론 세부 스탯으로 보면 권희동은 아직 신인티가 물씬 나는 타자다. 삼진 8개를 당했으나 사사구가 볼넷 하나일 뿐이고 11안타는 모두 단타다. 그러나 득점권에서 4할4푼4리의 고타율을 자랑하며 젊은 클러치 히터의 면모도 보여주는 권희동이다. 앞으로 충분히 무서운 타자로 자라날 가능성이 큰 만큼 권희동을 바라보는 김 코치의 시선은 굉장히 따뜻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