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 김미경 vs 유명인사 김미경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3.23 12: 20

[OSEN=이혜린의 딱]스타강사 김미경의 내리막이 그야말로 급경사를 그리고 있다. 베스트셀러작가로, 케이블 프로그램 진행자로 이름을 알리다가 MBC '무릎팍도사'까지 진출한 그는 부진했던 '무릎팍'에 시청률 상승까지 안겨주고 홀로 내리막이다.
결정타는 논문 표절 의혹이었다. 의혹이 의혹에 그치지 않고 진짜 표절로 판명된다면, MBC '무릎팍도사'의 출연분 2회가 방송 보류되고, 그가 tvN '김미경쇼'를 하차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가 될 것이다. tvN은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곤 있지만, 사실상 이 프로그램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데 조금 신기한 건 그를 둘러싼 대중의 '비호감'이 포착된 건 표절의혹이 터지기 전이라는 점이다. 성공 지향적이거나 힐링을 내세운 자기계발서 저자들이 반대 의견에 부딪히곤 하지만, 김미경에 대한 반응은 다소 달랐다.

모든 것에 단정을 내리는 화법, 돌직구 스타일의 공격적인 말투, 자신 혹은 주위의 사례에서 끄집어내는 성공 비결 등이 대중의 미묘한 지점을 건드렸다. 이는 모두 스타강사 김미경에게 너무나 훌륭한 덕목이었지만, 보다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유명인사로서는 '비호감'이 될 수 있는 요인이었다.
대중이 원하는 건 겸손하고, 조금 모자란 스타다. 확실한 사실이나 의견을 말할 때에도 문장 뒤에 '그런 것 같아요'를 넣을 것, 자기 과시나 자랑은 반드시 자학적인 유머와 곁들일 것, 잘못한 게 없을 때에도 물의가 생겼다면 일단 죄송하다고 할 것.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는 스타들이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생존 방식이다. 그래서 교통사고가 나서 다쳐도 사과를 하고, 무죄로 판명나도 사과를 하고, 억울한 논란에 휩싸여도 사과를 한다.
행여나 비호감이 될까봐 걱정할 것도 참 많다. 사회, 정치적인 문제에 의견을 말할 때에는 '감히'라는 반응을 감수해야 하고, 자신의 경제적인 권리를 주장할 때에면 '쫀쫀하게 돈을 밝힌다'고 할까봐 손해를 감수한다. 똑같은 가방을 들어도 대중의 '기분'에 따라 패셔니스타가 될 수도, 허영심 많은 명품족이 될 수도 있다. 겸손한 스타 1~2위를 다투는 한 연예인은 틈만 나면 인터넷에서 자기 이름을 검색한다. 뭔가 꼬투리가 잡혔을까봐다.
연예인이라면 이같은 상황에 적응할 수 있겠지만 '멘토'라는 위치는 독특하다. 사람들을 향해 끝없이 말을 쏟아내고, 똑부러지게 가르침도 줘야 하고, 때로는 돌직구도 날려야 한다. 대중 스타처럼 자기 의견을 애매모호하게 흐리기도, 신비주의로 자신을 꽁꽁 싸매기도 어렵다. 방황하는 청춘의 멘토가 될지언정 삐딱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긴 어려운 이유다.
김미경의 선동적인 말투와 제스쳐는 청중을 확 끌어당기는 힘이 있지만, 팔짱을 낀 대중에겐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MBC '나는 가수다'에서 눈물을 흘리며 몰입한 관객의 모습이 반복되자, 방송 후반에는 거부감을 표하는 시청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가 인문학을 비하했다는 논란도 트집을 잡고 싶어하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된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 자기계발서 같은 건 안보고 인문학만 읽는다는 한 사람의 예를 들며, 자기계발서를 왜 무시하냐며 시건방을 떤다고 말한 부분이 인문학 비하로 '왜곡'됐다. 어쩌면 여기서 중요한 건 그가 실제 인문학을 비하했느냐 여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유명인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향해 '감히' 시건방을 떤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 이 강의의 일부분은 '김미경 시건방 동영상'으로 검색된다.
그의 베스트셀러 제목은 '언니의 독설'이다. 잘난 척하는 사람에게 시건방을 떤다고 독설을 날린 건 그의 캐릭터에 너무나 부합하는 멘트였지만, 평범한 '언니'가 아닌 유명인사의 독설은 반감을 샀다. 실제로 지난 1월 tvN '김미경쇼'에서 방영된 이 강의는 한참동안이나 잠잠하다가 김미경이 '무릎팍도사'에 나와 잭팟을 터뜨린 직후 논란이 터져나왔다. '무릎팍도사'가 2편을 채 방영하기도 전인 일주일 사이에 김미경은 페이스북 사칭 사건이 큰 화제를 모았고, 인문학 비하 논란에 시달렸으며, 급기야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까지 겪었다. 그가 유명인사의 상징인 '무릎팍도사'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과연 일어났을 일일까 의문을 남긴다.
물론 논문 표절은 민감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다. 확실한 결론이 나오기까지 한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때까지는 결론을 유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이 의혹이 불거지기 전 그를 둘러싼 잡음은 씁쓸함을 남긴다.
누군가는 확실하게 방향을 잡아줄 멘토가 필요하지만 누군가는 그 멘토의 성공에 배가 아픈 미묘한 상황. 누군가는 톡톡 튀고 개성 강한 아티스트를 원하지만 누군가는 모난 돌에 정을 때려야 속이 시원한 복잡한 상황. 유명인의 한걸음, 한걸음은 살얼음판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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