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LG는 제가 학창 시절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던 팀이에요”.
새 둥지에서 다시 얻게 된 기회는 선수에게 커다란 안정감과 책임감을 심어주고 있다. 선수로서 가치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재기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 LG 트윈스의 이적생 포수 현재윤(34)은 그 기회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며 팀의 호성적에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신일고-성균관대를 거쳐 지난 2002년 삼성에 입단한 현재윤은 2004시즌 주전 진갑용과 함께 안방을 공유하며 한때 10연패-최하위 추락으로 위기에 놓였던 삼성의 도약대를 마련했던 포수였다. 당시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우완 케빈 호지스의 안정화를 이끌었던 현재윤은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2007시즌 후 화려하지 않아도 안정감과 재치를 겸비한 리드로 삼성에서 감초 노릇을 했던 포수다.

그러나 점차 출장 기회를 잃으면서 급기야 지난 시즌에는 단 한 번도 1군에서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다행히 노련한 포수감을 찾던 LG가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 현재윤 이적을 요청했고 3-3 트레이드가 이뤄지며 그는 새로운 야구 인생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새 팀에서 기회를 다시 얻게 되었기 때문인지 현재윤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야구 외적인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으니까요. 이제는 새 팀에서 야구를 잘하기 위해 적응하면 되는 일이잖아요. 사실 LG는 학창 시절 바라보면서 제가 꿈을 키웠던 팀입니다. 지금 코치로 재직 중이신 유지현 선배님, 서용빈 선배님, 그리고 김재현 선배님 등 신바람 야구를 이끌던 선배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저도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습니다”.
시범경기 종료까지 단 한 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현재윤은 6경기 11타수 4안타(3할6푼4리)로 타격 면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23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도 현재윤은 1회 3볼넷으로 휘청거리던 레다메스 리즈를 안정시키며 호투를 이끄는 동시에 자신의 강점이던 투수 리드 면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포수진 맏형으로서 갖는 책임감 속 현재윤은 자신에게 새 기회를 준 김기태 감독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께서 다들 심적 부담 없이 제 플레이를 펼치라고 편하게 해주세요. 부담은 없지만 그만큼 저를 믿으시는 만큼 제 스스로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새 기회를 얻었으니 정말 열심히 하고 싶어요. 감독님께서 이제는 가을에도 웃으실 수 있도록 말입니다”.
똘똘한 포수는 팀 전략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이적생의 경우는 전 소속팀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덕아웃의 전력분석원이 될 수 있다. 이적과 함께 포수진 맏형의 책임감과 기회에 대한 소중함 속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현재윤의 2013시즌은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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