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27)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타율이 1할7푼4리에 그쳤다. 22일 목동 두산전을 끝으로 시범경기 11경기(1경기 우천 취소)를 모두 마친 박병호는 총 23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특이한 것은 4안타가 모두 홈런이라는 것. 박병호는 22일 목동 두산전에서도 2회 결승 솔로포를 날리는 등 홈런 퍼레이드로 시범경기에서 단 4안타(홈런)에 7타점을 쓸어담았다. 모두가 박병호의 장타 본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박병호의 올해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박병호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총 7개의 삼진을 당했으나 7개의 볼넷과 1개의 사구를 얻었다. 타율은 1할7푼4리인데 반해 출루율은 3할8푼7리, 장타율은 6할9푼6리나 됐다. 박병호가 출루하면서 강정호, 유한준 타순에도 찬스가 많이 오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해까지도 삼진이 볼넷보다 훨씬 많은 타자였다. 힘은 타고났지만 선구안이 부족해 '나쁜' 볼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까지 통산 1군 피삼진이 402개인데 비해 볼넷은 166개에 불과했다. 특히 변화구에 약하다는 것이 전력 평가였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초반 4경기에서 10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스스로 "나쁜 공에 배트가 따라가는 습관이 다시 나오면서 허무한 삼진을 많이 당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삼진을 만회할 만큼 볼넷도 많이 얻어 꾸준히 1루를 밟았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박병호가 꾸준히 연습한 선구안 높이기의 결과다.
그는 22일 모든 시범경기를 마친 뒤 "홈런은 중요하지 않다. 연습 때 타격감이 좋아진 것 같아 만족스럽고 장타가 그래도 계속 나오고 있어 시즌에 잘 들어갈 것 같다. 겨울내내 선구안을 높이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타석에 여유있게 들어서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풀타임 2년차라고 하는 대신 넥센 4번타자 3년차라고 말하는 박병호가 지난해 타격 3관왕(장타율, 홈런, 타점)과 MVP, 골든글러브의 영광을 다시 이어갈 수 있을까. 수치상으로는 변화가 있을지 몰라도 그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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