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가 먼저 웃었다. 10시즌 연속 플레이오프(PO)에 출전한 강혁의 노련미가 빛을 발했다.
인천 전자랜드는 지난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PO 1차전서 서울 삼성을 73-63으로 물리쳤다.
승리는 하긴 했지만 전자랜드의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문태종 주태수 강혁 등 부상자들이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은 탓이다. 경기 감각이 다소 떨어져 있었다. 이틀 간격으로 정규리그를 소화하다 나흘 만에 경기를 펼친 까닭이다.

4쿼터의 사나이 문태종. 3쿼터까지 다소 잠잠하던 그가 승부처서 득점을 폭발시켰다. 임팩트, 결과물 등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이었다. 4쿼터에만 3점슛 2개를 포함해 11점을 올렸다. 20점(3점슛 3개)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또 한 명의 수훈갑은 신인 차바위. 13점(3점슛 2개)을 넣으며 공격을 주도했다. 특히 1쿼터서 홀로 8점을 넣으며 좀체 풀리지 않던 활로를 개척했다. 고비 때마다 알토란 3점포도 터트리며 삼성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들의 빛에 가려 주목을 덜 받긴 했지만 숨은 공헌자가 있다. 뻑뻑하던 공격 작업에 윤활유 역할을 한 '베테랑' 강혁이다. 2003-2004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무려 10시즌 연속 PO무대를 밟았다. 은퇴한 서장훈과 함께 공동 1위의 대기록이다. 여기에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는 전 시즌 PO 무대에 나섰다. 개인통산 12번째 PO 출전으로 추승균(은퇴, 13회)에 이어 역대 2위의 기록이다.
1쿼터 좀체 공격이 풀리지 않자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강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장의 든든한 믿음에 명불허전의 기량으로 보답했다. 물 만난 고기마냥 PO 무대를 누볐다. 1쿼터 막판 3분여를 뛰며 3어시스트를 배달, 공격의 물꼬를 텄다. 1스틸도 곁들였다. 후반 들어 삼성이 거센 추격을 벌이자 강혁의 손이 다시 한 번 번뜩였다. 3, 4쿼터 4도움을 기록하며 동료의 득점을 도왔다. 4쿼터 중반 오른 발목에 부상을 입어 코트를 빠져나가기 전까지 11분 55초를 뛰며 7도움 1스틸을 기록했다. 알토란 활약이었다.
강혁은 경기 후 인터뷰서 "프로에 처음 들어와서 좋은 감독과 동료들을 만났다. 10시즌 연속 PO 출전 기록을 세웠다는 자체가 기분이 좋다"고 겸손의 미덕을 보이면서도 "PO 때는 항상 더 집중을 하고 즐기려고 한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더 안좋기 때문에 축제라는 생각을 하고 뛴다. 즐기면서 하다 보면 더 잘된다"고 PO 무대 단골손님다운 자신감을 드러냈다.
발목이 꺾이는 바람에 2차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몸 상태를 봐서 2차전에 나서겠다"고 말할 정도로 전의를 불태웠다. 유 감독도 "지금은 2차전 출전이 어려울 것 같지만 내일 체크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혁이는 (정)영삼이가 할 수 없는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내심 출전을 바랐다.
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