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을 시끄럽게 달군 '평점 테러' 속에 김보성, 표도르 예멜리야넨코 주연 영화 '영웅:샐더멘더의 비밀'(이하 영웅)이 현재 상영영화 중 평점 1위(네이버)를 기록 중이다. 이제 별점은 더 이상 믿지 못할 '그들만의 놀이터'가 된 것일까?
24일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현재상영영화) 홈에서 '영웅'은 별점 9.44(참여 1만 1000여명)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2위 '7번방의 선물'(9.06점, 참여 4만 2200여명), 3위 '원피스 극장판 세트'(9점, 참여 291명), 4위 '러브레터(8. 92점, 참여 3900여명), 5위 '가족의 나라'(8.88점, 참여 75명) 등을 모두 제친 성적이다.
눈에 띄는 것은 유독 '영웅'만이 네티즌 별점과 기자-평론가 별점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 네티즌은 9점 이상을 선사했지만, 기자-평론가는 2.94점만을 줬다. 앞에 언급한 다른 영화들은 대부분 기자-평론가 점수가 6~8점 대로 네티즌 점수와의 차이가 크지 않다.

이처럼 '영웅'만이 두드러지는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일부 네티즌의 영향이다. 최근 '연애의 온도'나 '파파로티' 등 한국 영화들이 1점 평점 피해를 입어 논란이 됐는데, 이는 이 '영웅'과 관계가 있다. 일부 네티즌이 '관람 후 평점' 게시판에서 '영웅'에는 큰 점수를 주고 다른 영화들에는 '1점 주기' 집단행동을 펼친 것이다.
특정 사이트에서 시작된 이런 네티즌의 영화 평점 공격은 '의리', '으리' 등 특정 키워드를 활용해 여러 영화에 마구잡이식으로 1점을 남발하는 집단 행위로 이어졌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웅'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의 평점을 낮게 주자는 글에 네티즌들이 동조하면서 이 평점깎기 놀이-평점테러가 시작된 것으로 본다. 해당 영화 관계자들은 이 상황이 심각하게 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웅' 측 역시 이 사태가 달갑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일부 네티즌은 이런 평점 테러는 대형 포털 사이트에 영화 별점 평가가 생긴 후부터 늘상 있었던 일인데 갑자기 뭔가 뜨거운 감자가 된 것처럼 언론들이 다루는 것 역시 이상한 일이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나쁜 일이 계속 발생하는 데 날선 시선을 보내고 경각심을 자극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최근 이런 평점테러가 더욱 주목받는 데에는 지난 해부터 이어져 온 한국영화의 뜨거운 열기가 한 몫 하고 있다. 최근 평점테러는 '파파로티'나 '연애의 온도' 같은 한국영화 신작들이 대상이 됐는데, 이들은 상반기 한국영화의 흥행 바톤을 잇는 화제작들이었고, 작품의 질로 승부를 거는 입소문이 중요한 작품들인 만큼 영화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이제는 별점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시각도 바탕에 깔려 있다. 한 영화 평론가는 "포털사이트의 영화 별점은 이제 참고가 될 만한 신뢰감을 갖고 있지 못할 때가 많다. 심지어 평론가들의 별점 역시 극하게 엇갈릴 때가 많은데,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일반 관객들의 평은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무분별한 평점 테러, 악의적인 1점 주기 같은 현상은 당연히 지양되야 할 부분이지만, 관객들의 자유로운 표현 역시 중요하고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이 같은 평점 테러는 이제 별점 자체의 신화가 깨졌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IMDB나 로튼토마토같은 어느 정도 공신력이 있는 평점 사이트 같은 곳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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