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 속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기괴하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이코’ 고부다.
‘백년의 유산’이 막장 고부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착하디 착한 민채원(유진 분)을 괴롭히던 시어머니 방영자(박원숙 분)가 대상을 갈아탔다. 이제는 새 며느리 마홍주(심이영 분)와 기상천외한 기싸움을 하고 있다.
채원을 정신병원에 가두고 거짓불륜을 꾸며 곤경에 빠뜨린 것은 애교였다. 영자는 홍주에게 결혼 일주일도 안돼 수월한 임신을 위해 한의원을 가자고 하고, 홍주의 서랍을 뒤진다. 채원에게 했던 것처럼 아들 김철규(최원영 분)에게 집착한 결과다.

그런데 홍주의 대응이 더 가관이다. 홍주는 영자에게 소리를 지르고 이혼을 하겠다고 길길이 날뛴다. 급기야 혼절까지 한다. 이를 지켜보는 영자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킨 후 빙빙 돌린다. 정신이 나간 것이 아니냐는 영자만의 표현방식이다.
이처럼 ‘백년의 유산’은 날이 갈수록 보통 시청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막장 고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영자의 딸 김주리(윤아정 분)가 이세윤(이정진 분)이 좋아하는 채원에게 행하는 악행은 영자 못지않다. 주리 때문에 이미 세윤의 어머니 백설주(차화연 분)는 채원을 돈만 노리는 꽃뱀으로 오해했다.
이쯤 되면 이 드라마는 분명 막장드라마의 한 획을 긋고 있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회를 거듭할수록 더한 자극적인 전개에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는다. 오히려 재밌다는 반응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이 드라마가 채원의 성공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채원이 괴롭힘을 당하는 등 고난이 거듭될수록 향후 펼쳐질 성공과 복수가 더 짜릿하고 재밌게 여겨지는 막장 드라마의 공식을 훌륭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이 드라마는 막장 전개를 순화시키기 위해 기가 막힌 장치를 만들었다. 바로 100억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경연을 벌이는 국수 공장집의 이야기를 배치한 것. 국수 장인 엄팽달(신구 분) 자녀들이 상속을 받기 위해 국수 만드는 일을 배우고 팽달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시트콤 못지않은 재미를 만든다.
이들은 유산 때문에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으르렁거린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족이라는 따뜻한 사랑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에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또한 민효동(정보석 분)과 양춘희(전인화 분)의 중년 로맨스와 큐피트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강진(박영규 분)의 맛깔스러운 감초 연기도 안방극장을 사로잡는 요인 중에 하나다.
밝고 유쾌하기 그지 없는 국수 공장집 이야기가 막장으로 얼룩진 젊은 주축의 이야기를 감싸주고 있는 것. 결국 서울 변두리의 오래된 노포를 배경으로 삼대째 국수공장을 운영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로 국수를 매개로 실타래처럼 엉킨 인간사를 풀어내겠다는 기획의도가 자극적인 전개를 순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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