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라고 하면 이런 경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프로가 맞는지 모르겠다".
이상범 감독이 지휘하는 안양 KGC인삼공사는 24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2차전 고양 오리온스와 홈경기서 77-70으로 승리를 거뒀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승리를 차지한 KGC는 4강 PO 진출까지 단 1승을 남겨두게 됐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이 감독의 얼굴에서는 승리의 기쁨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말도 되지 않는 경기를 했다. 마인드가 문제였다. 프로라고 하면 이런 경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프로가 맞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 팀을 지도하면서 이런 걸 허용하고, 용납하면 안된다"며 인상을 찌뿌렸다.

이유는 하나였다.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18점이나 앞서 있던 KGC가 경기 종료 직전에는 3점 차까지 추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추격 허용이 아닌 안일한 플레이에서 나온 추격이었다.
이 감독은 "3쿼터에 상대가 포기했다고 판단을 내리고, 공격은 물론 수비까지 안일해졌다. 서서 공격을 하고 무조건 A패스를 넣으려고 했다. 수비에서는 상대가 공을 잡은 뒤 수비를 했다. 특히 후안 파틸로는 마치 동네 농구를 하는 듯 했다"며 "그러다 보니 막판에 김태술이 다쳤고, 쉽게 이길 수 있는 걸 어렵게 이겼다. 오늘 경기는 우리에게 큰 손해다"고 말했다.
이어 "점수 차는 얼마든지 좁혀질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다. 경기 중 패스 미스로 추격을 허용하는 것과 서서 경기를 하다가 추격을 허용하는 것은 다르다. 정신 자세의 문제다"면서 "이런 농구를 다시는 하면 안된다. 경기장서 뛰는 선수들은 처음과 끝이 똑같아야 한다. 전반전에 잘해놓고 후반전에 서서 경기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심판들이 불리한 판정을 한 것 같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판정이 있기 전에 선수들이 조금 더 집중을 했다면, 판정과 상관 없이 쉽게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20점 차가 넘게 이기고 있었고, 흐름도 갖고 있었다. 집중을 좀 했으면 나중에 식스맨들이 뛰어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고 답하며, "상대가 바보도 아니고 6강 PO에 올라온 팀인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감독 본인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이 감독은 "나도 반성을 해야 한다. 선수들도 반성을 해야 하지만 모든 원인은 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4강 PO에 올라가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코트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선수들에게 가르치지 못했다. 내가 분위기를 못 잡았으니 선수들도 그런 것이다. 오늘 내 자신에 매우 화가 난다"고 전했다.
한편 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을 다친 김태술에 대해서는 "병원 치료를 받아봐야 다친 정도를 알 것 같다. 공격에서의 키를 갖고 있는 태술이가 뛰지 못하면 (이)정현이에게 짐이 더 갈 것이다. 그런게 아쉽다. 쉽게 끝났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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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백승철 기자 baik@osen.co.kr